"좋은 성과를 낸 최고경영자(CEO)도 주주를 이해시키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세계 최대 주택개량용품 전문 할인점인 미국의 홈데포를 이끌며 뛰어난 실적을 냈던 로버트 나델리 CEO(사진)가 3일 사임하자 경제전문지 포천은 '모든 게 주식 때문(It's all about the stock)'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나델리는 2000년 12월부터 홈데포 CEO로 재직한 6년간 2억2500만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보수를 챙기다 주주 압력으로 사임하면서도 2억1000만달러에 달하는 퇴직금까지 받았다.

하지만 나델리의 사임 이유는 '거액의 보너스'가 아니라 주주들을 이해시키지 못해 촉발된 '시장의 불신'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홈데포의 공동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버니 마커스는 "만약 주가가 두 배로 올랐다면 어떤 주주가 거액의 보너스를 문제 삼았겠느냐"며 주식시장에서의 불신이 CEO 사임의 근본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나델리는 재임 기간 중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홈데포의 매출은 2000년 457억달러에서 2005년 815억달러로 급증했고 자기자본이익률도 2000년 10%에서 2005년 20% 수준으로 높아졌다.

주당 순이익도 나델리 재임 기간 중 두 배로 늘어났고 주가 관리를 위해 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지불한 돈은 무려 203억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주주들은 나델리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았다.

홈데포가 가진 거액의 유보 자금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투자하라고 요구했지만 나델리는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포천은 "홈데포가 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돈을 뿌리자 시장에서는 나델리가 단기적으로 주주들의 마음에 들기위해 미래성장산업에 대한 장기투자를 외면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주주와의 관계에서 결정적인 실책도 있었다.

작년 5월 주주총회에서 나델리의 성과 평가 기준을 주가 상승률 대신 주당 순이익으로 변경하자 일부 주주가 문제를 제기했으나 나델리는 밀어붙였다.

사외이사 자리를 요구하는 주장도 묵살했다.

결국 주주들의 불신은 심화됐고 홈데포의 주가는 나델리 부임 초기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경쟁사인 로우스 주가는 무려 세 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나델리가 중앙집권화와 정보화를 통해 본사의 통제를 강화해 효율성을 높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고객 서비스 강화에 신경쓰지 못했고 관료적 문화가 정착되는 부작용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