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이 연초부터 급락세를 보이며 100엔당 780원선을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엔 환율이 연초 하락세를 이어갈 수 있으나 반등할 경우 급격한 오름세를 보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원.엔 9년2개월來 최저 =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28일보다 100엔당 2.80원 떨어진 780.20원을 기록했다.

간신히 780원선을 유지하며 외환위기 전인 97년 10월27일 771.40원 이후 9년2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초 856.70원에 비해 76.50원 떨어진 것으로 1년간 엔화에 대한 원화의 절상률은 9.81%에 달하고 있다.

최근 원.엔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강세 기조가 완화되고 있는 데 반해 원화는 달러화에 대한 강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5월 110엔 부근에서 최근 119엔에 근접하는 등 완만한 오름세를 보였으나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0월 960원대를 고점으로 한 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 업체 공급.엔캐리 거래 지속 = 지난해말과 올해초 수출업체들의 매물이 집중적으로 유입되며 원.달러 환율의 상승을 차단하고 있다.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엔화자금을 빌려 이자율이 높은 우리나라 등 외국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딩도 원.엔 환율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출업체의 달러화 공급과 엔캐리 트레이딩에 따른 엔화 공급 등 영향으로 원.엔 환율이 한동안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엔캐리 트레이딩을 완화시킬 수 있는 일본은행(BOJ)의 금리인상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외환당국이 재정환율인 원.엔 환율 하락에 대한 적절한 방어수단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750원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했다.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엔화 약세가 이제 시작되는 마당이라 강력한 강세를 보이기는 이른 시점"이라며 "이달중으로 770원선에서 지지되더라도 연내 750원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850원대로 급반등 전망도 = 그러나 지난해 원화가 달러화에 대해 1년간 8.8% 절상된 데 비해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0.7% 절하됐기 때문에 엔화에 대한 원화의 추가적인 강세는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연초 수출업체의 이월 매물 처리가 끝나고 외환당국의 외화조달 억제 등 정책이 효과를 보일 수 있는 점도 원화 강세를 제한할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원.엔 환율이 연중 850원대로 오르는 급등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의 금리인하와 일본의 금리인상이 겹치면 엔캐리 트레이딩의 청산이 급격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은행 이정욱 과장은 "원.엔 환율이 1~2월쯤 바닥을 다진 뒤 급격한 상승세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엔.달러에 비해 강한 하방경직성을 가질 것으로 보여 원.엔 환율은 850원 수준까지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