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 60세를 맞아 정년 퇴직하는 일본판 베이비부머(baby boomer)인 단카이(團塊,덩어리) 세대가 일본 사회에서 '태풍의 눈' 으로 등장했다.

고도 경제 성장기 주역으로 '기업 전사'로 불렸던 단카이 세대는 실력있고 경제 사정도 넉넉해 이들의 퇴직은 일본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680만명에 달하는 근로자의 퇴직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 우려되고 있으며 '단카이 머니'가 어디로 흘러갈지에 따라 소비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력 부족 심각해 진다

1947년에서 49년 사이에 태어난 단카이 세대는 사회 각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생산 현장의 숙련공이었다. 이들의 퇴장은 커다란 노동력 손실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말 기준으로 일본 인구는 1억2700만명으로 이 중 65세 이상이 20.7%로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일본 정부는 고연령자 고용 안정법을 개정,기업들이 단계적으로 정년을 높이거나 재고용하는 방식으로 60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고령 사원들을 계속 고용할 경우 인건비 부담이 커져 도요타 캐논 등 여유있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아직 새 제도를 본격 도입하는 회사들이 많지는 않은 편이다.

취업 알선 업체 파소나가 최근 은퇴자 8000여명의 재취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겨우 10% 정도만 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단카이 세대 중 계속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절반이 넘어 실버층의 재취업 열기는 뜨겁다.

이바라키현의 냉동고 컴프레서 업체에서 근무 중인 에비하라 히로시씨(63)는 "회사가 내보내지 않는 한 계속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버 노동자 알선 업체인 '마이스타 60'의 히라노 사장은 "기업들도 고령 노동자의 고용이 높은 수준의 기술과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시장 대격변 한다

단카이 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 금융 자산이 많다는 점이다.

이들이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어떻게 보낼지에 따라 돈의 흐름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백화점 등 유통 업체는 물론 금융회사 여행사 등은 돈 많은 단카이 세대 시장을 겨냥해 다양한 신상품을 개발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증권사 등 금융권은 '실버전용 상품'을 개발해 고객 몰이에 나섰다.

실버 전용 매장을 설치하는 백화점도 늘고 있으며 해외 일주 여행 상품을 선보인 여행사도 많다.

부동산 업체들은 실버층을 겨냥해 유료 양로시설(일본명 노인홈)을 지어 판촉전을 벌이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단카이 세대 4만명을 조사해 1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30.8%가 퇴직 후 가장하고 싶은 일로 취미 생활을 꼽아 높은 소비 성향을 반영했다.

또 가장 관심있는 분야로는 건강과 스포츠(39.3%) 여행과 맛집 기행(36.2%) 등의 순서였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