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협상때 경영진이 연말 성과급을 무조건 150% 주기로 약속했다. 녹취록도 있다." 현대자동차가 연말 자동차 생산량이 목표에 미달하면서 성과급 100%만을 지급하자 이에 반발한 노조가 '이면합의가 있었다'며 들고나온 주장이다.

그러나 이면합의 진위 여부를 떠나 노조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먼저 이면합의를 근거로 연초부터 나머지 성과급 50%를 받아낼 때까지 주말과 공휴일 특근 모두를 거부키로 한 노조의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해 조합원총회 투표로 결정된 노사협상 결과를 노조 스스로가 무너뜨리겠다는 이율배반적 논리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현대차의 노사간 이면합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매년 '묻지마 파업'을 강행하며 사측을 힘으로 굴복시키는 과정에서 노조는 이면합의를 통해 각종 격려금 명목으로 '파업 급여'를 보전해왔다. 현대차가 새해 벽두부터 노사갈등에 휩싸일 위험을 무릅쓰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준수한 것 자체가 대단한 용기로 평가받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 집행부가 이면합의를 내세워 생산목표 달성 여부와 관계없이 성과급을 더 받겠다는 것은 노조원들로부터도 신뢰를 얻기 힘들다.

노조 집행부가 현대차내 실용주의 노선인 '뉴라이트 신노동연합' 관계자들을 징계키로 한 것도 그렇다. 노조는 노사합의문 자체를 휴지조각처럼 만들면서도 자신들과 의견을 조금만 달리하는 집단은 '적'으로 매도해버리는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

김동진 부회장은 지난번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새해에 노조만 도와준다면 환율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며 위기에 직면한 현대차의 고민을 털어놨다. 환율하락의 파고 속에 올해가 회사 사활을 결정짓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노조는 지난해 노조 창립기념품 납품비리 여파로 1월중 새 노조위원장을 선출하기로 했다.

노조가 연초부터 특근거부 등에 나서기로 한 것이 과연 조합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새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강경 노선의 재결집을 염두에 둔 것인지 조합원들조차 무척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울산=하인식 사회부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