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년 새해를 맞는 기업들의 각오가 어느 때보다 비장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원화강세(환율하락) △유가급등 △노사불안 △내수침체 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가계부채 급증으로 인한 경제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세대·계층간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고 정권의 리더십은 사라진 지 오래여서 규제 완화는 언감생심이다.

더욱이 대통령선거까지 예정돼 있어 자칫 10년전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일대 난관에 부닥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주요 기업들은 “올해 경제여건이 심상치 않은 만큼 외환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한 해가 될 수도 있다”며 서둘러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과 신성장 동력 확보에 ‘올인’하고 있다.

○삼성,'창조경영'으로 차별화=삼성그룹은 세계 일류를 지키기 위해서는 새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판단,'창조경영'에서 돌파구를 찾기로 했다.

'영원한 1등은 없다는 말'처럼 현재에 안주하다가는 경쟁 업체에 밀려날 수 있다며 창조적 혁신과 도전으로 변화의 흐름을 미리 파악하고 한 발 앞서 나간다는 게 올해 경영방침이다.

여기에는 '시장 참여자'에서 벗어나 '시장 창조자'의 반열에 올라야 한계를 뛰어넘어 업계를 선도할 수 있다는 이건희 회장의 철학이 담겨있다.

현대차,'글로벌 톱5' 올해 위기 관리에 달렸다=고(高)유가와 원고-엔저 현상으로 심각한 위기에 내몰린 현대차그룹은 올해가 세계 자동차업계 '글로벌 톱5' 달성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대 분기점이라고 보고 연초부터 원가 절감과 해외 판매 증대에 총력전을 펴기로 했다.

특히 세계적 수준의 품질을 갖추고도 브랜드 가치가 떨어져 도요타 등 경쟁업체에 밀리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브랜드 경영'에도 공을 들일 계획이다.

LG,전열 재정비로 글로벌 IT기업 도약=최근 주력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를 전격 교체한 LG는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수뇌부 개편으로 전열을 재정비한 만큼 '글로벌 IT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역량 강화와 성장동력 발굴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SK,올해도 글로벌화는 계속된다=내수기업의 이미지에서 탈피,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재탄생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중국을 내수시장화 해 현지에 '제2의 SK'를 건설하고 신흥시장인 베트남에 '제3의 SK'를 세운다는 최태원 회장의 구상을 실천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포스코,M&A 격랑 속 공격경영=포스코의 경우 세계 철강업계의 인수·합병(M&A) 격랑에 맞서 공격 경영으로 정면 돌파하기로 했다.

올해 인도에서 연산 1200만t 짜리 일관제철소 건설 작업을 본격화하는 등 해외 생산거점을 적극 확충하고 차세대 친환경 제철기술인 파이넥스 공법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시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다는 전략이다.

○"공격이 최대의 방어다" 도전에 나서는 그룹들=지난해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거나 내실을 다졌던 금호아시아나 한화 한진 롯데 두산 등은 올해 비축된 역량을 한껏 활용할 방침이다.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한 금호아시아나는 제2의 도약을 구상 중이다.

R&D(연구개발) 교육 IT(정보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사업 부문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그룹 심벌과 로고를 교체,역동적 이미지로 변신한 한화는 '돈되는' 해외 사업 발굴과 M&A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먹이를 찾아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의 생존본능을 배우라"는 김승연 회장의 지시에 따라 올해 경영 키워드를 '글로벌 경영'과 '미래 성장 동력 발굴'로 잡았다.

한진은 물류분야의 글로벌 기업으로 비상하기 위해 변화 대응 능력을 높이고 글로벌 인재 확보에 경영의 주안점을 두기로 했다.

롯데도 '안정'보다는 '변화'를 선택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이어가야 한다"는 신격호 회장의 경영 구상(신년사)을 실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두산도 올 경영목표를 M&A를 통한 원천기술 확보와 글로벌화로 설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백흥기 연구위원은 "환율 유가 금리 등 경제 변수의 불안과 북핵 리스크,대선 정국 등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 증대로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기업들은 전사적인 위기 경영체제를 도입해 모든 위험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글로벌 투기 자본 및 적대적 세력의 M&A 시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