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지도자가 갖춰야 할 21세기형 리더십의 덕목은 무엇일까.

지금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지도자상은 어떤 것인가.

전문가들은 과연 정부출범 후 지금까지 우리사회에 진정한 정치적 리더십이 존재했는가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

군사정권이 막을 내리면서 문민정부가 출범한 이후 그동안 3차례의 정권변화가 있었지만 지역주의에 기반한 기득권 싸움만 있었을 뿐 진정한 정치적 리더십은 없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1945년 해방이후 한국은 매 20년마다 새로운 시대적 과제를 수행하면서 발전해왔다며 지금 한국사회는 새로운 발전 모델을 수립,새롭게 도약해야할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첫 20년이 한국 전쟁을 거치면서 국가건설에 매진한 시기였다면,두번째 20년은 산업화의 시기였으며,그 다음 20년은 민주화의 역사였다는 것.이제 한국은 새로운 발전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할 시기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필요한 차기 지도자의 리더십 덕목은 창의적 비전을 제시함과 동시에 이를 실행시킬 수 있는 풍부한 경륜을 바탕으로 국민을 결집시킬 수 있는 소통의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투사형 리더십은 이제 그만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과거에는 투사형 리더십이 정치중심에 섰다면 이제는 실용적이고 통합의 리더십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투사형 리더십의 지향점은 과거청산이지만 지금은 미래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두바이의 기적을 일으킨 셰이크 모하메드 두바이 국왕을 한국사회가 필요로 하는 리더십의 역할모델로 제시하기도 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미래에 대한 그림을 던져줄 수 있는 선지자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재창 숙명여대 교수도 "단기적이고 현안중심적인 리더십으로는 더 이상 안된다"면서 "시대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호소력있는 비전을 개발하고 자신감있게 나라를 끌고 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국민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청사진 뿐만 아니라 이를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한 분명한 설계도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청시 서울대 교수도 "앞으로 우리 사회의 리더는 국민의 상실감을 없애주고 국민의 안목을 한 단계 높여줄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통합과 소통의 리더십 갖춰야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소통의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정권택 삼성경제연구소 박사는 차세대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네트워크 리더십'을 꼽았다.

사회구성원들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여러 이해관계자를 하나로 결집시킬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한국이 정보화 사회로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오히려 의사소통은 안되고 있다"면서 "국가적인 의사결정을 하는데 비용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문제로 전 국토가 전장터로 바뀌고 있다"며 "차기 지도는 과도한 의사결정 비용을 줄이고 합의를 이뤄내는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도 "정치 지도자에게는 국가의 갈등을 관리하고 국민을 통합시키면서 국민적 에너지를 모으는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 점에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남아프리아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차기 지도자의 역할모델로 꼽기도 했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정치공동체는 구심력과 원심력이 동시에 작용할 수 밖에 없다"면서 "민주화된 다원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의견과 이해관계에 따라 원심력이 더 크게 작용하는 만큼 지도자는 사회의 구심력을 추동하는 통합의 리더십을 잘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