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KTF가 내년에 정면으로 맞붙는다.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이라는 3.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HSDPA는 '준'(SK텔레콤)이나 '핌'(KTF)과 같은 기존 서비스에 비해 데이터 내려받는 속도가 최대 7배나 빠르다.

KTF는 'HSDPA에선 SK텔레콤을 제치겠다'고 선언했다.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SK텔레콤의 맞대응 준비도 한창이다.

HSDPA 서비스는 이미 시작됐다.

그러나 서비스 지역이 대도시에 국한돼 있어 가입자가 15만명에 불과하다.

서비스를 제대로 하려면 전국망을 구축해야 한다.

전국망을 먼저 까는 쪽이 기선을 제압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84개 도시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다.

내년 중반까지는 전국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KTF는 SK텔레콤보다 석 달쯤 빠른 '1분기'까지 전국망을 완성하겠다고 맞받아쳤다.

KTF는 현재는 SK텔레콤이 더 좋은 주파수 대역을 쓰고 있어 경쟁하기 벅차지만 HSDPA에서는 같은 주파수 대역을 쓰기 때문에 뒤집을 수 있다고 장담한다.

HSDPA는 빠른 속도가 강점이다.

끊김없는 영상통화는 물론 영상 메시지나 뮤직비디오 형태의 영상 컬러링도 구현할 수 있다.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하다.

SK텔레콤과 KTF는 은밀하게 '킬러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모바일게임 계획을 발표,그 일단을 보여줬다.

SK텔레콤은 연말까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비롯 3차원(3D) 대전게임,전략 시뮬레이션게임 등 30여종의 모바일 네트워크 게임을 내놓기로 했다.

내년 초에는 세계 최초로 유·무선 연동 모바일 게임도 내놓는다.

HSDPA에서는 '글로벌 로밍'도 한층 편리해진다.

자신의 휴대폰을 그대로 들고 나가 사용할 수 있는 나라가 부쩍 늘어난다.

KTF는 내년 6월까지 글로벌 로밍 국가를 100개로 늘리기로 했다.

KTF는 최근 HSDPA 브랜드 '쇼(SHOW)'를 공개했다.

내년 2월께 HSDPA 전용 휴대폰이 나오면 새 요금제와 상품을 내놓고 가입자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지난 8월 HSDPA 브랜드 'T3G+'를 내놓고 TV나 신문 등을 통해 티저광고(호기심을 자극하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서두르진 않는 모습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네트워크가 안정되기 전에는 무리하게 가입자 유치전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제공격을 하겠다는 KTF와 방어 위주로 대응하면서 기회를 노리겠다는 SK텔레콤.KTF가 선제공격에서 성공하면 HSDPA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선제공격에 실패할 경우엔 위기에 처할 수 있다.

SK텔레콤이 아껴둔 실탄으로 반격을 가해올 때 맞서기가 어려워진다.

과연 어느 쪽이 이길까.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