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전격 합의한 우리은행 노사의 결정은 급여의 차별을 없애지는 못했으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진일보한 내용이라는 평가가 많다.

우선 정규직의 기득권은 전혀 양보하지 않은 채 비정규직 처우 개선만을 요구해 왔던 기존 노동계의 관행과는 달리 노조가 임금 양보를 통해 비정규직을 지원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회사의 추가 비용 부담 없이 정규 직원들의 임금 동결분만으로 정규직 전환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은 대형 사업장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반면 비정규직의 급여는 정규직으로 바뀌더라도 종전과 같은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半)정규직'이라는 비판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고용 안정과 복리·후생 개선

우리은행 비정규 직원들은 내년 3월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됨에 따라 사실상 평생 고용을 보장받게 된다.

영업점 창구 직원의 경우 작년까지는 3년 근무 기간이 지나면 매년 계약을 갱신하는 형태로 일해 왔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매년 고용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사무보조 직원과 콜센터 직원들도 지금까지는 1년씩 근로 계약을 체결해 왔으나 앞으로는 평생 고용으로 바뀐다.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이 없어진다는 측면에서 이번 노사 합의는 매우 긍정적이다.

복리·후생 측면에서도 비정규직은 기존 정규 직원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된다.

비정규직은 그동안 휴가와 출산,학자금 지원 등에서 불이익을 받아 왔다.

이 때문에 출산을 앞둔 비정규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내년 3월부터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복리·후생 차이가 완전히 철폐되고 고용 안정도 보장되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급여는 차등 대우

급여 부분에서는 기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등이 계속 유지된다.

다만 근무 연한에 따른 임금 상승분을 일부 상향 조정하는 방식으로 급여를 재조정하기로 했다.

현재 은행 창구 직원(매스마케팅 직군)들은 정규 직원의 80%,업무보조 직원(사무직군)은 정규 직원의 70%,콜센터 직원(CS직군)은 정규 직원의 65~70% 정도의 급여를 받고 있다.

이들이 정규직으로 바뀌더라도 기존 은행원들보다는 적은 급여를 받게 된다는 얘기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기존 정규직이 받는 급여를 모두 주고서 맡기기에는 부담스러운 일을 비정규직이 맡아 왔다"며 "비정규직의 직군별 테이블은 그대로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 행장은 "장기적으로는 개인별 실적에 따라 차등을 두는 연봉제로 가야 한다"며 급여 체계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때문에 노동계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의 정규직 전환을 환영하면서도 급여 차등 문제에 대해서는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