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에서도 점차 헤지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금 운용처가 마땅치 않은 기관들의 투자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헤지펀드 시장 규모가 수년 내에 수십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외국 헤지펀드들이 자금 유치를 위해 줄지어 방한하고 있고,일반인 대상의 국내 최초 공모형 헤지펀드 투자상품도 곧 등장할 전망이다.

◆ 횡보장세서 헤지펀드 관심 급증

국내 운용사들이 판매한 헤지펀드 상품 규모는 5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운용이 2500억원으로 가장 많고,한화운용 대투운용이 각각 1700억원과 700억원의 헤지펀드 투자자금을 모았다.

이 돈은 여러 개의 해외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펀드 오브 헤지펀드'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하지만 올 들어 헤지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장이 급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장기 자금을 운용하는 보험권이 헤지펀드의 주요 고객이었지만 점차 연기금 은행 등 보수적인 금융기관들도 헤지펀드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하나은행은 200억원 안팎의 자산을 헤지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국민연금 등 연기금도 헤지펀드 투자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NH투자증권은 수익성과 안정성 제고를 위해 300억원을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메리츠 현대해상 LIG 금호생명 등 보험권은 3~4년 전부터 해외 헤지펀드에 직접투자를 시작해 점차 규모를 늘리고 있다.

구성훈 삼성생명 투자사업부 상무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증시가 조정을 받자 연기금 등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들이 고수익 투자처 찾기에 혈안이 됐다"며 "헤지펀드가 수익률 제고의 주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헤지펀드시장 폭발 가능성

국내에서는 사모 방식 펀드오브헤지펀드를 제외한 상품 출시가 어려운 상황이다.

헤지펀드를 사모로 보기 때문에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공모형 펀드 출시가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의 틈새를 비집고 내년 초 개인투자자 대상의 공모개방형 헤지펀드 투자상품이 국내 최초로 등장할 전망이다.

우리CS자산운용은 헤지펀드지수인 'CS트레몬트인덱스'를 추종,사실상 헤지펀드 투자 효과를 낼 수 있는 공모상품을 내년 1월 출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의 허가를 거쳐야 하지만,인덱스 투자펀드여서 별다른 규제가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랜드마크 등 다른 운용사들도 내년부터 헤지펀드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외국 헤지펀드들의 한국 공략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세계 최대 펀드오브헤지펀드 회사로 불리는 GAM이 지난해 한국에 진출했고,유수의 헤지펀드 운용사인 애스팩트캐피털도 대우증권과 제휴해 지난 6월부터 시장을 공략 중이다.

특히 영국계 헤지펀드들의 행보가 활발해 이달에만 포사이스파트너스 컬로스글로벌매니지먼트 등이 방한해 기관과 거액자산가 대상의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양봉진 한화투신운용 팀장은 "올해 우리 증시가 조정을 받자 통상 7~8%의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에 대한 기관들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며 "몇 년 내에 시장이 수십조원 규모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헤지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도 규제 완화를 검토해 볼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