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의 규모만으로 부자 여부를 판별할 수는 없다.

특정인이 추구하는 삶을 유지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가지고 있으면 부자라고 말할 수 있다.

문제는 노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삶의 주기가 급변해 현재의 부자가 미래의 부자를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20대 후반 직장 생활을 시작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법정 정년 시한인 55~58세까지 근무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평균 수명도 70~74세에 불과해 은퇴 후 기간이 길어야 15년 안팎이었다.

퇴직금 누진제 덕분에 한 직장에서 30년 동안 근무할 경우 대기업은 3억원,중소기업은 2억원 정도를 은퇴 후 자금으로 확보할 수 있어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특별히 노후 설계는 필요치 않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동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3대 그룹의 경우 초임 임원의 평균 연령이 45세 전후로 앞당겨지는 등 재직 기간이 점차 짧아지고 있다.

반면 평균 수명은 길어져 지금 한창 일할 40대 중반의 경우 90세까지는 무난히 살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예측이다.

은퇴 후 기간이 30년을 넘어선다는 얘기다.

이 같은 삶의 주기에 부족함 없이 살아가려면 적정 주거 공간을 마련하는 자금까지 포함해 서울 지역의 경우 약 20억원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샐러리 맨에게는 꿈과 같은 수치다.

이제 길어진 삶의 주기를 풍요롭게 살려면 노후를 종전보다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선 교육이나 자기 계발(HR)을 통해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는 것이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다.

가수 비나 이효리처럼 한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면 보통 사람들이 생애에 걸쳐 벌 수 있는 소득을 불과 몇 년 만에 거둬들일 수 있다.

우리 교육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이런 현실의 반영이다.

타고난 소질과 관계 없이 모든 과목에서 1등급을 받아 일류대에 진학해 특징 없는 엘리트로 양산되는 현 교육 체계에서는 길어진 삶을 충족시킬 수 있는 인재 양성이 불가능하다.

재교육도 인생의 필수 과정이 됐다.

젊었을 때 받은 공교육으로는 은퇴 이전의 삶과 은퇴 이후 필요한 자금의 일부를 마련할 수 있을 뿐 나머지 돈은 재교육을 통해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생 교육이란 말도 이래서 나온다.

미국 대학의 경우 MBA 과정 수강생 중 40세 이후 비율이 30%에 육박하는 곳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강창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 소장은 "은퇴 이후의 자금은 교육이나 자기 계발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며 "지금 유행하고 있는 투 잡(두 개의 직업)이나 재테크를 통한 재산증식 수단은 차선책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에 대한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상속세와 증여세가 강화돼 물려준 부동산이 자식들의 길어진 삶의 안전판(safty valve) 역할을 하기가 점차 힘들어지고 있다.

때문에 어렵게 마련한 부동산을 담보로 하는 역모기지 론 등을 통해 부족한 노후 자금을 보완하고 자식들에게는 큰 재산을 물려주려 애쓰기에 앞서 경제 교육의 기회를 넓혀 주는 쪽으로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