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려는 금융당국의 정책과 이자수입 증대를 즐기는 은행들의 공조,경기회복 기대감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등이 어우러지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10월 말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저금리 기준으로 연 5.38%였으나 18일부터 연 5.75%로 0.37%포인트 오르게 된다.

여기에다 오는 26일부터 가산금리를 0.1%포인트 올릴 예정이어서 지난 10월 말 이후 금리인상폭은 0.47%포인트로 확대될 전망이다.

금리가 0.47%포인트 오르면 1억원을 빌린 사람의 연간 이자부담은 47만원,2억원을 빌린 사람은 이자부담이 94만원 늘어난다.

2억원을 대출받은 경우 월 8만원 정도 이자부담이 더 생기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른 이유로 △지급준비율 인상 △경기침체 우려감 완화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강화 △이자수입이 늘어나는 은행들의 동조 △단기채권 매물 증가 등을 꼽고 있다.

○CD금리가 대출금리 상승 부추겨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상승이다.

CD금리는 10월 말 연 4.58%에서 지난 15일 4.74%로 0.16%포인트나 올랐다.

이 기간 중 콜금리가 전혀 오르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큰 상승폭이다.

CD금리는 지급준비율 인상 조치가 지난 23일 발표된 이후에만 1.4%포인트 올랐다.

은행들이 4조7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추가 지급준비금을 확보하기 위해 CD를 대거 발행함에 따라 자금시장에 CD 공급물량이 늘어나 가격이 하락(금리 상승)했다.

박동영 우리은행 자금팀 부장은 "지준율이 상향 조정되는 23일부터 추가로 쌓아야 하는 지급준비금은 우리은행의 경우 6000억원 정도"라며 "크리스마스와 신년 연휴 등이 끼어 있어 은행들이 서둘러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생산 및 서비스업활동,수출 등이 호조를 보이면서 경기후퇴 우려감이 퇴색된 것도 CD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국고채 3년물이 10월 말보다 0.1%포인트,5년물은 0.09%포인트 오르는 등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오르다보니 CD금리 역시 자연스럽게 올라 대출금리가 상승했다.

CD금리가 오르면 신규로 대출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기존 대출자들의 이자부담도 늘어나는 피해가 생긴다.

○정부규제·은행공조도 원인

정부가 지난 11월부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를 다시 강화하자 은행들은 지점장의 금리인하 전결권을 없애거나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달 20일 지점장 전결 우대금리 0.2%포인트를 폐지한 데 이어 오는 26일부터 가산금리를 0.1%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지준율 인상 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높이도록 규제했다.

은행들은 이에 따른 원가상승 부담을 대출금리에 전가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 보면 시장점유율을 빼앗기지 않는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오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은행들은 과거의 과당경쟁 과정에서 깎아줬던 대출금리를 원상회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은행들은 자신들의 자금조달 비용인 CD 발행 이자가 늘어나는 데도 불만을 드러내기는커녕 오히려 반기는 모습이다.

신규뿐만 아니라 기존 대출자로부터 받는 이자수입도 늘어나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은행들은 기대하고 있다.

○대출금리 추가상승 가능성

이 같은 요인들로 인해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상하지 않더라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당분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유동성을 죄려는 금융당국의 조치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수급 측면에서도 CD금리가 오를 수 있다.

최석원 한화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최근 2~3개 시중 은행들이 지준율 인상에 대비해 신탁회사에 맡겨둔 단기자금 수천억원을 인출해갔다"며 "유동성을 죄는 금융당국의 조치가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CD 등을 매수하겠다는 세력은 적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