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수 대한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2003년 1월 주식 운용 총책임을 맡았다.

이달까지 만 4년간 본부장으로 활약 중이다.

이직이 잦은 운용업계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이 본부장은 "예전에는 감(感)으로 종목을 골라 대박을 터뜨리는 펀드매니저도 많았지만 이제는 옛 얘기가 됐다"며 "증시가 빠른 속도로 합리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변화는 기업의 실적이 주가에 직결된다는 점이다.

그는 "1990년대만 해도 업종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일이 흔해 예측이 수월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며 "업황은 부진하지만 같은 업종 내에서도 실적이 좋은 종목은 업종 사이클과 상관없이 강세를 보이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의 경우 KCC와 아모레퍼시픽 등이 업황은 좋지 않았지만 실적의 힘으로 상승세를 탄 대표적인 종목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내년 증시는 1분기에 조정을 거친 후 점진적으로 상승해 코스피지수는 1650선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2분기까지는 각종 경제지표가 바닥을 다지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내년 하반기 본격적인 경기 회복에 앞서 2분기부터 증시가 오름세에 접어든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기업의 이익 증가폭이 당초 기대에 크게 못 미쳐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며 "하지만 내년에는 달러당 930원 선에서 환율이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보여 기업 이익은 올해보다 20%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에는 펀더멘털뿐 아니라 수급측면에서도 증시에 긍정적이라고 이 본부장은 전망했다.

국민연금이 2007년에 약 5조7000억원을 주식에 신규 투자할 것으로 기대되는 등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이 12조원가량의 자금을 증시에 쏟아부을 것으로 그는 기대했다.

올해 국내 증시가 주춤한 사이 해외펀드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쏠리긴 했지만 간접투자 시장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는 현상이 계속될 것이란 점도 내년 증시를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업종별로는 정보기술(IT)주들이 조만간 본격적인 반등에 나설 것이라고 이 본부장은 전망했다.

그동안 낙폭이 컸던 탓에 상승 여력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분석이다.

그는 "IT주의 주가 흐름은 최근 3년여간 경쟁이 격화하면서 시장 평균수익률보다 부진했다"며 "하지만 내년에는 IT 기업들이 하반기 경기 회복세를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적 개선 폭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운수장비 보험 건설 등도 내년에 투자할 만한 업종이라고 소개했다.

이 본부장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지속된 외국인 매도세는 내년부터 상당히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난해 한국 증시가 대폭 상승하면서 저평가 매력이 사라진 데다 올해 기업이익이 예상에 크게 못 미쳐 실망감이 컸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성장 속도가 빠른 신흥국가와 안정적인 선진국 시장 사이에서 어중간한 위치에 있었다"며 "2007년 기업 실적 개선폭이 커지면 외국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도세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춘수 대한투자신탁운용 주식본부장 >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