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DP패널 기술의 '원조' 격인 ㈜오리온PDP가 중국 전자업체에 팔렸다.

14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창홍전자 그룹이 한국의 PDP패널 제조업체인 오리온PDP를 9990만달러(약 920억원)에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오리온PDP는 1995년 국내 최초로 PDP 패널을 만든 업체로 지난해 오리온전기가 미국계 펀드인 매틀린패터슨에 인수된 뒤 인적 분할한 회사다.

오리온PDP를 인수한 창홍전자는 중국 2위의 TV 제조업체다.

창홍전자는 오리온PDP의 최대주주인 매틀린패터슨 보유 지분 75%를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이번에 중국 업체에 매각된 오리온PDP가 해외 기술유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BOE하이디스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앞서 BOE하이디스는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의 LCD 사업부문 자회사로 2002년 중국 BOE그룹에 매각된 뒤 BOE그룹측의 투자 축소 등으로 적자로 전환,지난 9월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

오리온PDP는 어떤 회사

오리온PDP는 1995년 국내 최초로 PDP 패널을 개발한 업체다.

미국계 펀드인 매틀린패터슨이 지난해 오리온전기로부터 인수해 설립한 오리온OLED가 모회사다.

현재 이 회사는 경북 구미에 PDP패널 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반 TV를 제외한 상업용 PDP TV를 생산하고 있다.

2003년 세계 최초로 84인치 멀티 PDP패널(여러 장을 연결해 볼 수 있는 패널)을 개발했고 올초에는 무한 확장이 가능한 멀티 PDP패널도 개발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보유 중인 국내외 특허만도 100여건에 달한다.

중국 내 2위 TV업체인 창홍전자가 오리온PDP를 인수한 것도 이런 기술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LCD에 이어 PDP 기술도 중국으로 넘어가나

업계는 이번 오리온PDP 매각으로 LCD에 이어 PDP라는 첨단 기술이 해외 업체에 유출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BOE하이디스의 전례 때문이다.

BOE하이디스는 2002년 11월 BOE그룹에 매각된 지 3년 만인 지난 9월 법정 관리를 신청했다.

2003년 연간 매출 7965억원,영업이익 961억원을 기록했던 이 회사는 BOE그룹에 인수된 뒤 지난해 연간 매출 4649억원에 영업손실 1099억원을 기록하며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중국 BOE그룹측이 시설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BOE그룹측은 특히 BOE하이디스의 회생 방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LCD패널 특허권을 넘길 것을 요구했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창홍전자가 오리온PDP를 인수한 이유는 한국 업체의 앞선 기술력에 주목했기 때문"이라며 "BOE하이디스를 통해 LCD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갔듯이 오리온PDP를 통해 PDP 기술마저 중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인도 비디오콘 컨소시엄에 매각을 앞둔 대우일렉(옛 대우전자)도 향후 이 같은 기술유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