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앨빈 토플러 한경 단독 인터뷰] "획일성 벗어나야 미래물결 주도"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노동조합도 임금인상 같은 이슈에만 매달리지 말고 스스로 무엇을 생산해 조합원들에게 제공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등 획기적으로 변해야 합니다."

    "중국이 고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은 어리석기 짝이 없습니다.

    내부 갈등으로 인한 불안 증폭이 주변국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기어가는 것처럼 변화가 느린 교육체계로는 급변하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준비시킬 수 없습니다."

    14일부터 산업자원부 주최로 개막되는 '부품·소재 신뢰성 국제포럼'에서 강연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앨빈 토플러 박사.팔순을 눈앞에 둔 나이에도 왕성한 지적활동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미래학자답게 이슈마다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입체적이고도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고광철 한국경제신문 국제부장이 13일 신라호텔에서 그를 만나 급변하는 세계 정세와 그 속에서 한국이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를 들어봤다.




    -포럼에서 전달할 주요한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아시아의 지정학적인 환경변화 속에서 한국과 주변국들과의 관계 등에 대해 광범위하게 이야기할 것입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변화가 한국에 정치·경제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줍니다.

    한국은 중국이 앞으로도 9~10% 고도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단선적인 성장패턴을 지속할 것으로 보는 거죠.그러나 이는 너무 순진한 생각입니다.

    다른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대응책 등을 마련해야 합니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폭력적인 혁명의 과정을 겪어왔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사회적인 안정성(stability)이 중요한 이슈였습니다.

    중국 스스로도 이러한 부분을 염려하고 있는데 오히려 다른 나라들은 너무 낙관적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안정성이 무너질 때 생길 수 있는 혼란이 주변국에 미칠 영향을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일본은 관료주의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현재의 피라미드 구조가 바뀌어야 합니다.

    관료주의 조직은 산업시대에는 효율적이었지만 현재의 지식기반 경제에는 비효율적입니다.

    미국에서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루이지애나를 덮쳤을 때 재정적·군사적 지원 등 모든 자원은 가능했는데 관료주의 탓에 지원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습니다."


    -관료화된 조직이 어떻게 바뀌어야 합니까.

    "정부나 회사가 보다 다양화된 구조로 바뀌어야 합니다.

    기술진보로 매우 복잡한 소프트웨어나 시스템 등은 생산할 수 있게 됐지만 사람들의 생각이나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훨씬 힘든 일입니다.

    조직구성 방식은 단순히 피라미드구조나 네트워크만 있는 것이 아니죠.캘리포니아에 있는 한 일본은행은 직급별로 일본인과 미국인을 섞어 상호 체크할 수 있도록 짜여졌었지만 최고 의사결정은 도쿄에서 이뤄졌습니다.

    이런 것도 기존의 관료화된 조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모든 분야와 각 분야의 해당 조직에서 관료주의를 깨는 조직적인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한국도 비슷한 상황 아닌가요.

    "제가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대통령 경제보좌관으로부터 들은 첫 질문이 일본식 모델을 따라가야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때 모든 국가는 다르기 때문에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했죠.한국은 경제기반이 되는 더 많은 중소기업들을 육성해야 합니다.

    재벌 시스템도 훌륭하지만 경제의 전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변화를 위해선 낡은 교육시스템을 깨뜨려야 합니다.

    현재의 공교육 시스템은 한 사람이 10분 늦으면 수천명이 대기해야 하는 산업사회에 맞춰진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공장이 아니라 호텔 등 다른 곳으로 흩어져서도 일할 수 있지 않습니까.

    서로 같은 시간에 일할 필요도 없죠.미국의 체인점인 베스트바이는 출퇴근시간을 완전히 없앤다고 합니다.

    해변이든 어디든 장소 불문하고 일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죠.한국도 다른 나라처럼 '제3의 물결'을 타고 정보지식사회로 이전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일정의 단절이 필요합니다."


    -교육시스템 개혁을 위한 제안을 해준다면.

    "보다 깊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누구나 교육시스템이 잘못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교육을 꼭 강제적(compulsory)으로 받아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하지 않습니다.

    꼭 모든 아이들이 같은 나이에 학교 교육을 시작해야 하는가 같은 기본적인 가정을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학교를 완전히 바꾸지 않고선 개혁할 수 없다고 했는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양한 실험적인 교육이 많이 시도돼야 합니다.

    홈스쿨링(학교를 다니지 않고 집에서 교육받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듯 여러가지 형태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죠."


    -최근 발간한 '부의 미래'에서 다른 섹터 간의 충돌에 대해 언급했는데.

    "세계는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어 더 나은 동시화(Synchronization·섹터 간에 같은 속도로 변하는 것)가 필요합니다.

    기업은 시속 100마일로 변하는데 학교는 시속 10마일로 바뀌고 정치권은 더합니다.

    미 의회는 정보화시대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통신관련법을 바꾸는 데 무려 60년이 걸렸죠.일전에 중국 쑤저우에 있는 한 지인을 방문했는데 땅을 사서 공장을 짓고 물건을 생산하는 데 12개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미국이라면 아마 7년쯤 걸렸을 겁니다.

    지금은 변화의 속도가 중요합니다.

    이와 함께 동시화도 중요하죠.만약 한국의 경우 부품 조달이 늦거나 건설현장에 일꾼이 늦게 도착해 얼마나 많은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계산해본다면 각 부분이 조화를 이루는 동시화의 중요성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에선 강성노조로 인해 노사 갈등이 심각합니다.

    이것도 동시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예로 볼 수 있습니까.

    회사는 빨리 변하는데 노조는 이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 아닌가요.


    "나는 노동자들에게 우호적인 입장입니다.

    큰 조직에서 개인은 부당함으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하죠.다만 노조 스스로도 변해야 합니다.

    스스로 자신들의 '생산품(product)'이 무엇인지 자문해봐야 합니다.

    미국의 경험을 보면 노조는 과거 50년 동안 하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경영진에 반대해서는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노조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생산해야 합니까.

    "근로자들은 임금 몇 푼 올리는 거나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자기 가정이나 지역사회의 문제를 더 생각할 수 있습니다.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메뉴'를 보다 다양화해야 합니다.

    예전에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 노동조합으로부터 강의 요청을 받았습니다.

    근로자들이 정보혁명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데 정부도,회사도 신경을 안쓰니 노조 스스로 이 같은 교육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였습니다.

    아주 깊은 인상을 받았죠.이처럼 조합원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북핵문제와 관련해 18일 6자회담이 열립니다.

    북핵문제가 한국 경제와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봅니까.


    "지금은 아주 위험한 상황입니다.

    나는 6자회담의 전망을 밝게 보지 않습니다.

    북한에 보다 진지하고 강한 압력을 가해야 합니다.

    지금은 미국의 핵우산 약속 때문에 일본이나 대만이 가만히 있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보유하게 되면 이들 국가도 핵무기를 개발하려 할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진 것을 안 이들 국가는 각자 핵무장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핵무기 시장이 커져 테러리스트나 특정한 개인이 핵무기를 갖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지금 남한 정부는 너무 긴장을 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언젠가 핵문제 이슈가 사라질 것이라든지,언젠가 통일이 되면 결국 한국이 핵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도 순진한 것입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일부 반대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나는 시장을 100% 믿지 않습니다.

    정부,노조,비정부기구(NGO) 모두 제 역할이 있죠.어떤 일이든지 즉각적인 영향 뿐 아니라 제2,제3의 부수적인 영향까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찬성하는 사람이든 반대하는 쪽이든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을 하나씩 찾아가면서 다각도로 살펴봐야 합니다.

    단기적인 영향에만 집착해서는 안됩니다."

    정리=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

    ADVERTISEMENT

    1. 1

      AI로 진단서 위조한 20대, 억대 보험금 챙겼다…法 "징역 2년"

      챗 GPT로 진단서 등을 만들어 억대 보험금을 챙긴 20대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부산지법 형사3단독(심재남 부장판사)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20대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A씨는 챗 GPT로 병원 진단서를 만들어 보험료를 청구하는 수법으로 2024년 7월부터 1년여 동안 11차례에 걸쳐 보험금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A씨는 부산의 한 병원에서 발급받은 입원·통원확인서 등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챗 GPT에 올려 '입원과 퇴원 기간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그 결과, 자신이 반복적인 실신과 어지럼증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다는 파일이 생성됐고, 이를 범행에 이용했다.A씨는 비슷한 방법으로 지인이 축구 경기를 하다 다쳤다는 내용으로 서류를 만들어 보험금을 타내기도 했다.재판부는 "보험사를 속여 보험금을 편취하는 등 죄질과 범정이 불량한 점과 피해자인 보험사들과 합의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2. 2

      경찰, '전재수 의혹' 명품시계 추적 나섰다…불가리 본점 압수수색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명품 시계 수수 의혹'과 관련 이탈리아 명품 시계 브랜드인 불가리코리아에 대한 강제수사를 벌였다.24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은 전날 서울 서초구에 있는 불가리코리아 본점을 압수수색해 통일교 측 관계자들의 제품 구매 이력 확보를 시도했다.이는 2018년께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된 1000만원대 명품 시계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뇌물수수 피의자로 입건된 전 전 장관은 "통일교로부터 불법적 금품을 수수한 적이 없다"면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경찰은 앞서 지난 15일 전 전 장관의 자택과 의원실을 수색했지만, 시계의 실물은 현재까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경찰은 전 전 장관에게 최대 공소시효가 15년인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적용했고, '대가성 있는 금품 수수' 입증에 집중하고 있다.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3. 3

      검찰, '라임사태' 핵심 김봉현 무죄에 '막판 항소'

      검찰이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라임 사태’ 핵심 인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에 항소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항소 기한 마지막 날인 24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회장과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의 무죄 판결에 불복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날 항소는 지난 17일 1심 선고가 이뤄진 이후 7일 만이다. 형사소송법상 항소가 가능한 마지막 날에 항소장을 제출한 것이다.앞서 서울남부지법 형사12단독 서영우 판사는 김 전 회장과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20대 총선 직전인 2016년 전후 기동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김갑수 전 민주당 예비후보 등 4명에게 총 1억6000만 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검찰은 지난 10월 기 전 의원과 김 전 장관 등 2명에 대해 항소장을 제출했고, 다른 두 명에 대해선 항소하지 않아 무죄가 확정돼 '선택적 항소' 논란이 일기도 했다.앞서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남부지법 형사12단독 서영우 판사는 1심에서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김봉현 씨의 증언에 근거한 검찰의 직접 증거를 신빙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 판사는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직접 증거는 김봉현 씨의 진술인데,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그 진술이 여러 차례 변경됐다”며 “진술 변경의 동기나 경위 등을 종합하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의 진술 외에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