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그램 UBS 인베스트먼트 뱅크 부회장은 "한국이 아시아의 금융센터가 되려면 내·외국 기업이 법에 의해 동등한 대우를 받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램 부회장은 12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 있는 UBS본사에서 뉴욕특파원들과 만나 "한국이 금융강국이 되기 위해선 시스템에 의한 투자보장과 과감한 규제완화,세금인하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론스타 사건에 대해 "론스타가 법을 어겼는지를 잘 몰라 뭐라 말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다만 외환위기 때 외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해서 돈을 벌었다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투자를 해서 돈을 버는 것은 '악'이 아니고 누구나 원하는 좋은 일"이라며 "외국인이 마음놓고 투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램 부회장은 이어 "올해 기업공개를 한 15개 기업 중 뉴욕증시에 상장한 것은 한 개뿐"이라며 "이는 부대비용이 많이 드는 사베인스-옥슬리법 등의 규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각종 금융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세계적으로 정부가 너무 많은 세금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세금 감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매우 근면하고 우수한 사람들"이라며 "UBS는 앞으로 한국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필 그램 부회장은 텍사스 주 상원의원 18년(3선)을 포함, 24년간 미국 연방의회 의원을 지낸 공화당의 거물 정치인다.

1996년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 후보경선에 나서기도 했다.

2002년부터 UBS 부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전 미국 상품선물거래(CFTC) 위원장을 지낸 부인 웬디 리 여사가 한국계 이민 3세로 대표적인 지한파 중 한명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