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공단에서 지난 11일 만난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올들어 공당용지 매매가가 100% 가까이 오는 것은 지난해말 부터 '투기'를 목적으로 공장을 사들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금은 가격이 급등한 상태라 비교적 조용한 편이지만 지난 상반기까지만 해도 이른바 '복부인'으로 추정되는 아주머니들이 두 세명씩 짝을 지어 몰려다니며 공장을 사 들였다"며 자신도 몇 건을 소개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주로 500평 미만의 소규모 필지로 총 금액이 30억을 넘지 않는 공장 땅을 원한다는 것.이들은 공장 건설을 하려는 실수요자(중소기업자)들이 상식적으로 묻는 공장층고나 출입구면적,호이스트 배치여부 등에 대해선 무관심한 편이라 금방 구별이 된다고 중개업소 관계자는 설명했다.남동공단이 송도신도시와 가깝워 언젠가는 서울 디지털밸리(옛 구로공단)처럼 빌딩군으로 변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국가산업단지공단들의 공장용지가 이처럼 '투기판'으로 변질되고 있다.시중의 갈 곳없는 '투기성' 부동자금이 몰려 들어 공단용지 값을 올들어 크게 상승시키며 중소 제조업체들의 투자에 발목을 잡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특히 올 들어 땅값이 가장 큰 폭으로 뛴 남동공단의 경우 주변지역 개발호재가 많은데다 '공단이 상업지역으로 바뀐다'는 헛소문까지 가세하면서 일반 주부들까지 1억~3억원 소액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실정이다.

경기도 안산의 시화국가산업단지공단에서 기계업을 하는 한 사장은 "올 들어 이 공단에서 이뤄진 공장매매의 20~30%는 공장을 실제 운영하지 않을 일반인들이 사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공장용지 값 상승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은 금융권이 지목되고 있다.경쟁 심화로 이전과 달리 공장확보를 위한 시설자금을 쉽사리 대출해주는 분위기에서 비롯한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남동공단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엔 신용도가 좋은 중소기업이 찾아가더라도 시설 확충 비용대출 한도인 80%까지 받기가 어려울 만큼 대출심사가 까다로웠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올 상반기에는 누가 봐도 공장운영 뜻이 없는데 명의를 빌린 것으로 보이는 일반주부들이 시설자금 명목으로 80%씩 대출을 받아오곤 해 놀랐다"고 그는 말했다.만일 95%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업(UP)계약서'(실거래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매를 한 것으로 꾸미는 것)를 쓸 경우 본인 자금 1억원만 투자하면 20억원 공장을 살 수가 있어 가격 상승을 노린 사람들이 달려들기 좋은 상태였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는 그렇지만 직접 공장운영을 하지 않고 땅값 상승을 기대하며 대출을 끌어다 땅을 산 경우 큰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남동공단에서 올해 300평 대지에 200평짜리 공장을 15억원에 샀을 경우 매달 최하 800만원의 대출 이자를 물어야 한다.하지만 이 공장을 임대할 경우 대출이자의 절반정도인 매달 400만~500만원의 임대료 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남동공단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가가 더 이상 오르지 않게 되거나 금리가 상승할 경우 투기세력이 일제히 철수하게 돼 매물이 갑자기 늘어날 수 있다"면서 "이 중 경매에 넘어가는 물건이 생기면 은행들이 대출금을 회수할 수밖에 없어 결국 공장들이 줄도산하거나 영세 임대공장들이 보증금이 묶여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