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을 하는 중소기업 사장들은 요즘 하나같이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부동산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뛰어오르는 것을 보고 있으면 밤낮없이 일해온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란다.

시화국가산업단지공단에서 뉴메탈텍을 운영하고 있는 성윤창 사장(48)도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2000년 평당 60만원을 주고 공장 터 500평을 사서 연마봉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가 소유한 부지 가격은 지금 평당 300만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6년 사이 다섯 배가 넘게 가격이 뛴 것.하지만 그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이 싫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다는 소리를 듣는 것조차 창피스럽다"고 강조했다.

"지난 수년 동안 1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써가며 국내 최초로 6m가 넘는 장축 연마봉을 만들어냈습니다.

올해 11억원 정도 매출에 2억~3억원대의 순이익을 기대하고 있지요.

그런데 올 한 해 동안 공장 땅값 상승으로 기대이익이 무려 5억원이 넘어요.

힘들게 일해서 번 돈보다 부동산으로 더 많은 돈이 됐다는 게 어디 정상입니까."

성 사장은 "남동·반월·시화 등 이 일대 공장용지가 부동산 투기로 난리가 나는 바람에 사장들끼리 모여 있으면 농담 삼아 '왜 쎄(혀) 빠지게 일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도 다 그만두고 현금 챙겨서 땅 투기나 하자'고 그런다"고 전했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환율 하락에 원자재 가격 상승,인건비 상승,국내 경기 침체 등 곳곳에 악재가 널려 있어 허덕이는 판에 부동산 가격만 약 올리듯 치솟고 있다"며 "정부에서 투기성 자본이 공장용지에 발붙이지 못하게 해서 기업인들이 다른 데 신경 쓰지 않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