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은행들이 팬택계열 워크아웃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시함에 따라 워크아웃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워크아웃에 들어가더라도 제2금융권이 자금회수에 나설 경우 원활한 워크아웃 진행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1차 관문은 넘을 듯

팬택계열에 대한 워크아웃이 통과하기 위해선 채권은행의 100% 동의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산업 우리 수출입 농협 등은 물론 외국계 주주가 많은 국민 신한 하나은행 등도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외환은행도 동의키로 내부 입장을 정했으며,대구 광주은행도 따른다는 자세다.

기업은행의 경우 직접여신이 아닌 외상매출담보채권을 갖고 있어 1차 채권기관은 아니지만 워크아웃에 긍정적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계인 중국건설은행도 지난 8일 채권단회의에 이어 15일 열리는 협의회에도 참석키로 하는 등 비교적 우호적이란 평가다.

채권단 관계자는 "은행들이 담보없이 대출을 해준 상황에서 여신회수를 위해선 워크아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채권은행들이 워크아웃 추진 취지에 전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팬택 관계자도 "워크아웃 시도가 불발될 경우 은행 등 제1금융권이 우선변제권을 갖기 때문에 무담보 채권보유자들은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2금융권 협조가 변수

채권은행이 팬택계열에 대한 은행 공동관리를 결의하더라도 기업어음(CP)과 회사채의 다수를 보유한 제2금융권의 동참 여부가 변수로 남는다.

은행권의 100% 동의를 받아 워크아웃이 개시되더라도 제2금융권과 소액 채권자들이 채권 회수에 나설 경우 워크아웃이 유지될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팬택계열 제2금융권 여신 현황'에 따르면 보험 종금 여신전문 신용금고 투신사 증권사 등에 1700억원이 넘는 대출 및 유가증권이 퍼져 있다.

이 중 회사채 등 유가증권 총액이 1300억원이 넘는다.

이들 제2금융권 금융사 수는 20여개에 달한다.

여기에는 외국계 및 중소 자산운용사와 리스사 등도 다수다.

이처럼 팬택계열 여신이 전체 금융권에 분산됨에 따라 모든 채권자들이 공동 보조를 취하도록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제2금융권 보유기관들은 대체로 채권단의 워크아웃 추진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증권 투신사 등 일부는 펀드 가입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가 있어 입장 정리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600억원대의 CP를 보유 중인 운용사 관계자는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했지만 채권단의 결정을 보고난 뒤 가장 유리한 방향을 찾겠다"고 말했다.

증권사 중 가장 많은 93억원어치의 회사채를 갖고 있는 증권사 임원은 "여러 가지 절차문제가 남았지만 가능하면 채권단과 보조를 맞춰 워크아웃으로 들어가는 게 가장 유리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팬택,제2금융권 설득 본격화

팬택계열은 회사채와 CP 소유자들로부터 워크아웃에 대한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소집 공고를 내고 소유자와 소유 현황을 파악할 계획이다.

팬택계열은 현재 이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에 대해 낙관하고 있다.

팬택은 또 부품을 납품하던 업체 및 용역 서비스 협력업체에 어음 결제기간 연장이나 어음할인 등 협력을 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팬택 관계자는 "LCD와 멜로디칩을 사오던 일본 야마하,교신 등이 우리 사정을 이해해주고 기존 조건 그대로 거래하겠다는 답신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팬택계열은 이 밖에 필요할 경우 추가 구조조정도 불사할 계획이다.

백광엽·유병연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