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 고위 관료들이 12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관련해 부정적인 발언을 쏟아내 협상에 악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미국 상무장관은 한국이 가장 중시하는 분과인 무역구제분과가 FTA 협상 자체를 중단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고,5차 협상에도 직접 참가했던 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미국이 쌀을 건드린다면 협상을 깨는 것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한 전략적인 발언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양국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FTA 추진력을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협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칼로스 구티에레즈 미국 상무부 장관(사진)은 12일 "무역구제 분과에 대한 한국측의 요구(산업 판정 피해시 한국산 분리 적용 등)는 FTA 협상 자체를 중단시키거나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구티에레즈 장관은 이날 서울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와 암참(주한미국상공회의소)의 공동 오찬 강연 뒤 기자회견을 갖고 "미 의회는 미국측 협상단에게 반덤핑과 관련된 어떠한 법도 바꿀 수 없다는 임무를 부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구티에레즈 장관은 특히 "민주당의 의회 장악으로 보호주의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이는 안그래도 어려운 FTA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이제는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양국이 '용감하게' 정치적인 의지(political will)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종하 국장은 "미국측은 6차 협상 이전에라도 고위급 회의를 열길 원하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 우리는 이에 대해 좀 더 검토해보자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쌀과 관련,"우리는 쌀의 경우 관세철폐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만약 쌀을 미국이 건드린다면 협상을 깨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차병석·유창재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