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표시장치(LCD) 업황 악화 영향으로 LG필립스LCD와 관련 부품주들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특히 LG필립스LCD는 12일 4.26% 하락한 2만5850원으로 마감하면서 2004년 7월 상장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4분기 초 좋아지는 듯했던 LCD 업황이 반짝 강세로 끝난 데다 내년의 부정적인 전망까지 더해져 분위기마저 최악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국제 카르텔 조사까지 겹쳤다.

수급도 좋지 않다. 지난 10월부터 순매수에 나섰던 기관이 최근 '팔자'로 돌아섰으며 외국인은 한 달째 230만주 매도 우위다.

◆ 내년 상반기까지 부진한 흐름 예상

애널리스트들에게 'LCD 업황이 언제 본격적으로 좋아질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아무도 선뜻 자신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그만큼 불투명하다는 방증이다. 다만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문제는 LG필립스LCD의 실적 악화폭이 점차 축소될 것이냐 하는 점인데 이에 대해서도 전문가들 간 의견은 엇갈린다. 배승철 삼성증권 연구원은 "2007년 초에 예상보다 가파르게 패널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여 4분기에 1070억원 선으로 전 분기 대비 축소될 것으로 보이는 영업적자가 내년 1분기와 2분기엔 2250억원,2580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배 연구원은 경쟁 업체 대비 원가경쟁력 상실을 주 원인으로 꼽았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도 "2007년 상반기 실적 악화 가능성이 높은 데다 8세대와 9세대에 대한 설비투자 연기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LCD시장 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LG필립스LCD의 주력인 40인치 이상 패널 출하량 증가 등을 고려할 때 실적은 4분기를 기점으로 서서히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윤혁진 신영증권 연구원은 "흑자 전환은 빨라야 내년 3분기부터 가능하다는 데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부진한 주가 흐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 LCD 부품주도 단기 호재 없어

LCD 패널은 부품가격이 원가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따라서 패널가격 하락은 부품업체들의 단가 인하로 이어져 실적을 악화시킨다.

최근 패널가격 하락이 가속화되면서 LCD 부품업체들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날도 우리이티아이가 7.75% 떨어진 것을 비롯 우영(-5.0%) 삼진엘앤디(-5.0%) 태산엘시디(-4.9%) 하이쎌(-4.7%) LG마이크론(-3.5%) 한솔LCD(-2.1%) 등 주요 부품주들이 일제히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최근 급락은 이미 내년 상반기 패널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반영돼있는 만큼 추가 낙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안성호 한누리투자증권 연구원은 "LCD 부품업체들은 업황이 안 좋을 경우에도 주가수익비율(PER) 6∼10배에서 주가가 등락했었다"며 "최근 대부분 부품업체들의 PER가 6배 수준에 머물러 있어 바닥권에 접근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송명섭 CJ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2분기부터 패널가격 하락이 둔화되면서 업황이 턴어라운드할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적으로는 모멘텀이 없는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완·정종태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