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디자이너] 신우씨앤에이ㆍ인테리어 대표 정상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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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가게를 만들어 드립니다."
정상선 신우씨앤에이·인테리어 대표는 건축사이면서 매장 디자이너다. 그는 모 방송사가 진행했던 점포 리모델링 프로그램에서 인테리어 작업을 맡아 '대박 가게'를 여러 곳 만들어냈다. 그 비결은 '화려하고 예쁜 매장'을 만드는 데 있는 게 아니다. '점주의 처지와 업종에 걸맞은 매장'을 창조해내는 게 대박의 첫 걸음이다.
이를 위해선 점주와 의사소통에 막힘이 없어야 한다. 그는 "대박 가게들의 공통점은 단순명쾌함"이라고 강조한다. 외장과 인테리어는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하며 음식점을 예로 들면 메뉴는 설렁탕 또는 냉면 등으로 단일 식단을 내놓는 게 특징이란 설명이다.
지난해 5월 서울 선릉역 부근 한 음식점의 리모델링 작업을 맡았던 경험을 그는 잊을 수 없다. 가게 주인은 원래 포장마차 장사를 하던 사람이었다. 어렵사리 모은 돈으로 10평짜리 가게를 냈다. 업종은 돈가스전문점.
그런데 장사가 바닥을 헤맸다. 하루 평균 5만원 매출을 올리는 게 고작이었다. 포장마차를 할 때보다 절반도 안되는 매출이었다. 생계유지조차 어려운 판국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 중 하나는 뇌종양,하나는 소아암에 걸렸다.
"병원비 마련이 힘들 정도로 사정이 딱해 방송사에서 무료로 리모델링 해주기로 결정하고 제가 내외장 공사를 맡았어요. 점주와 대화를 통해 가게 전체에서 희망의 메시지가 뿜어나오게 꾸며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우선 벽면 소재로 유리를 써 반지하의 어두컴컴한 매장을 밝게 연출했다. 유리 안에는 꽃잎,풀 등을 내장해 매장 안에서도 최대한 자연과 호흡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위를 대나무 장식으로 꾸몄다. 대나무는 늘 푸르고 굳건함을 상징하는 식물. 난관을 이기고 대나무처럼 꿋꿋하게 살자는 의미가 담긴 설계였다. 고객들이 메모 용지에 주인을 격려하는 글을 써 매달아 걸 수 있도록 '희망나무'도 설치했다. 고객과 점주의 의사소통이 이뤄지도록 배려한 것. 업종도 돈가스점에서 냉면집으로 바꿨다.
침울함만 감돌던 매장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주인도,손님도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매출이 뜨게 되는 건 자연스런 일이었다. 현재 이 매장은 하루 매출 50만원을 거뜬히 올린다. 돈가스점 할 때의 10배 수준이다. 장사가 잘 되자 주인은 두 아이 수술부터 서둘렀다. 결과는 대성공. 죽음의 문턱에서 절망하던 아이들은 천진난만한 옛 모습으로 돌아왔다. 집도 장만,전세살이를 끝냈다.
정 대표는 "자기 가게를 꾸미는 사람들이 매장 디자이너에게 모든 것을 맡겨놓고 뒷전에 앉아있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말한다. 이는 주식시장에서 '일임매매'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다. 매장 디자이너는 '점주의 몸과 마음에 맞는 매장'을 만드는 게 중요한데,이를 위해서는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란 설명이다. 그는 "자기 마음에 드는 작품을 창조해내는 '아티스트'와 달리 수요자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디자이너는 실패하기 마련"이라고 설명한다.
건축사로서 정 대표의 최대 화두는 한국의 전통 건축 미(美)다. 서양 건축의 관심이 건물형태에 쏠려있다면 한국 전통 건축의 관심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 조선시대 집들을 보면 흙,돌,나무들을 덧칠하고 짜맞춘 방식이며 못 하나 쓰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집이 소멸한 뒤 이들 재료는 땅을 훼손하지 않고 고스란히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업하는 짬짬이 대학 두 곳의 겸임교수로 뛰는 것도 학생들에게 이런 생각을 짜임새있게 전파하고 싶어서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건축을 하자는 게 현대 생태건축의 이념인데,우리 조상들은 이미 수백년 전에 실천에 옮겼어요. 서구에서 건축 공부하고 돌아온 사람들이 이런 전통 건축 사상을 깔아뭉갠 것이지요. 덩어리 모양에만 치중하는 서구 건축보다 인간과 자연을 함께 고려하는 한국 전통 건축의 힘이 더 강렬할 수밖에 없습니다."
글=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사진=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정상선 신우씨앤에이·인테리어 대표는 건축사이면서 매장 디자이너다. 그는 모 방송사가 진행했던 점포 리모델링 프로그램에서 인테리어 작업을 맡아 '대박 가게'를 여러 곳 만들어냈다. 그 비결은 '화려하고 예쁜 매장'을 만드는 데 있는 게 아니다. '점주의 처지와 업종에 걸맞은 매장'을 창조해내는 게 대박의 첫 걸음이다.
이를 위해선 점주와 의사소통에 막힘이 없어야 한다. 그는 "대박 가게들의 공통점은 단순명쾌함"이라고 강조한다. 외장과 인테리어는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하며 음식점을 예로 들면 메뉴는 설렁탕 또는 냉면 등으로 단일 식단을 내놓는 게 특징이란 설명이다.
지난해 5월 서울 선릉역 부근 한 음식점의 리모델링 작업을 맡았던 경험을 그는 잊을 수 없다. 가게 주인은 원래 포장마차 장사를 하던 사람이었다. 어렵사리 모은 돈으로 10평짜리 가게를 냈다. 업종은 돈가스전문점.
그런데 장사가 바닥을 헤맸다. 하루 평균 5만원 매출을 올리는 게 고작이었다. 포장마차를 할 때보다 절반도 안되는 매출이었다. 생계유지조차 어려운 판국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 중 하나는 뇌종양,하나는 소아암에 걸렸다.
"병원비 마련이 힘들 정도로 사정이 딱해 방송사에서 무료로 리모델링 해주기로 결정하고 제가 내외장 공사를 맡았어요. 점주와 대화를 통해 가게 전체에서 희망의 메시지가 뿜어나오게 꾸며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우선 벽면 소재로 유리를 써 반지하의 어두컴컴한 매장을 밝게 연출했다. 유리 안에는 꽃잎,풀 등을 내장해 매장 안에서도 최대한 자연과 호흡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위를 대나무 장식으로 꾸몄다. 대나무는 늘 푸르고 굳건함을 상징하는 식물. 난관을 이기고 대나무처럼 꿋꿋하게 살자는 의미가 담긴 설계였다. 고객들이 메모 용지에 주인을 격려하는 글을 써 매달아 걸 수 있도록 '희망나무'도 설치했다. 고객과 점주의 의사소통이 이뤄지도록 배려한 것. 업종도 돈가스점에서 냉면집으로 바꿨다.
침울함만 감돌던 매장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주인도,손님도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매출이 뜨게 되는 건 자연스런 일이었다. 현재 이 매장은 하루 매출 50만원을 거뜬히 올린다. 돈가스점 할 때의 10배 수준이다. 장사가 잘 되자 주인은 두 아이 수술부터 서둘렀다. 결과는 대성공. 죽음의 문턱에서 절망하던 아이들은 천진난만한 옛 모습으로 돌아왔다. 집도 장만,전세살이를 끝냈다.
정 대표는 "자기 가게를 꾸미는 사람들이 매장 디자이너에게 모든 것을 맡겨놓고 뒷전에 앉아있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말한다. 이는 주식시장에서 '일임매매'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다. 매장 디자이너는 '점주의 몸과 마음에 맞는 매장'을 만드는 게 중요한데,이를 위해서는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란 설명이다. 그는 "자기 마음에 드는 작품을 창조해내는 '아티스트'와 달리 수요자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디자이너는 실패하기 마련"이라고 설명한다.
건축사로서 정 대표의 최대 화두는 한국의 전통 건축 미(美)다. 서양 건축의 관심이 건물형태에 쏠려있다면 한국 전통 건축의 관심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 조선시대 집들을 보면 흙,돌,나무들을 덧칠하고 짜맞춘 방식이며 못 하나 쓰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집이 소멸한 뒤 이들 재료는 땅을 훼손하지 않고 고스란히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업하는 짬짬이 대학 두 곳의 겸임교수로 뛰는 것도 학생들에게 이런 생각을 짜임새있게 전파하고 싶어서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건축을 하자는 게 현대 생태건축의 이념인데,우리 조상들은 이미 수백년 전에 실천에 옮겼어요. 서구에서 건축 공부하고 돌아온 사람들이 이런 전통 건축 사상을 깔아뭉갠 것이지요. 덩어리 모양에만 치중하는 서구 건축보다 인간과 자연을 함께 고려하는 한국 전통 건축의 힘이 더 강렬할 수밖에 없습니다."
글=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사진=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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