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원 630명 소환조사…100명 매머드급 수사팀

유회원씨 영장 4회 기각으로 대검 중수부 `수모'

올해 3월3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마천루 스타타워의 론스타 한국사무소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3월6일 수사팀을 꾸린 이래 장장 270여일간의 여정을 거쳐 7일 마침내 종착역에 들어선 론스타펀드의 `외환은행 헐값 매입 의혹' 사건에 대한 본격 수사를 알리는 신호탄이었고, 그 충격파에 금융권이 출렁거렸다.

우리나라에 수조원대를 투자한 미국계 `공룡 펀드'를 대상으로 한 수사인 만큼 그 결과가 미칠 파장이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지만 그에 못지 않게 수사과정 전반에 걸쳐 갖가지 화제를 낳았다.

이 때부터 론스타 사건을 맡은 대검 중수2과와 현대차 수사를 맡았던 중수1과가 쉴 틈없는 강행군을 해야 했다.

특수 수사의 상징인 대검 중수부 인력이 전원 투입된 것은 2003년 대선자금 수사 이후 처음으로, 이는 검찰이 이 사건을 그만큼 중대하게 여겼음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오광수 중수2과장 등 4명의 검사로 출발한 수사팀은 6월부터 현대차 비리 수사를 맡았던 중수1과 인력까지 합류하면서 수사인력이 검사 20여명 등 100여명으로 확대됐다.

검찰이 첫날 검사 3명과 수사관 60여명을 투입해 압수수색한 서류와 컴퓨터 등은 700상자가 넘었으며 경기 파주 창고의 문서는 너무 많아 조금씩 가져다 분석하는 방법을 써야 했다.

검찰은 이밖에 외환은행 본점, 이강원 전 은행장 사무실 등 91곳을 13차례 압수수색해 총 920박스 분량의 서류와 1만800 기가바이트 상당의 전산자료를 확보했다.

대검 11층 중수부 조사실도 각종 압수물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검찰은 전산자료 가운데 서류와 이메일 50만건을 골라 데이터베이스(DB)화한 뒤 분석작업을 벌였으며 이중 영문 회계ㆍ재무 자료가 3만여건, 53박스 분량이었다.

영어 자료 분석을 위해 유학파 검사도 대거 투입됐다.

11월 중순에는 회계 분석을 담당한 공인회계사 출신 검사가 과로로 탈진해 쓰러졌으나 2~3일간 영양주사를 맞고 다시 수사에 투입됐고, 앞서 또다른 검사는 과로로 입이 돌아가 치료를 받았다.

아울러 압수수색 영장 38건을 발부받아 관련자 금융계좌를 추적했으며 론스타펀드와 외환은행 임직원, 전 재경부 간부 등 92명을 출국금지하고 뇌물 등 불법 범죄수익에 대한 환수 보전 조치를 취했다.

수사 결과 이강원 전 행장에 대한 수사 기록만 60여권 3만여쪽에 달하고 압수물이 350상자, 이메일을 포함한 전자문서가 180만여건이나 되며 유회원씨 등 다른 관련자들까지 합치면 수사기록은 수백권에 달한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수사 대상도 방대해 연인원 630여명이 소환조사를 받았다.

전윤철 감사원장, 김진표ㆍ이헌재ㆍ진념 전 재경부장관, 이근영ㆍ이정재 전 금감위원장, 이동걸 부위원장, 권오규 현 재경부 장관, 정문수 외환은행 전 이사회 의장 등 '거물급' 경제관료들이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 나왔다.

김&장과 세종(이상 론스타의 법률자문), 삼일과 삼정KPMG(이상 론스타 회계자문) 등 국내 최대 로펌과 회계법인, 세계적 사모펀드와 금융기관이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것도 초유의 일이다.

수사는 9개월 가까이 진행돼 대선자금 수사(10개월)와 로또 비리 수사(1년), 오포비리 수사(1년4개월)와 함께 또 하나의 `마라톤수사'로 기록됐다.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대해 대검 중수부가 4번 영장을 청구해 모두 기각됐다.

중수부가 한 개인에 대해 4번 영장을 청구한 것도, 그 모두가 기각된 것도 전례가 없었다.

검찰이 불복의 의미로 영장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재청구한 것 역시 사법 사상 처음이었다.

유씨를 포함해 수사 과정에서 12차례나 중수부의 구속 및 체포영장이 기각돼 2003년 '기각률 0%'를 기록했던 대검 중수부는 달라진 수사환경을 실감해야 했다.

이 일로 검찰은 법원과 첨예한 갈등을 빚었고 수사를 맡은 검찰 간부와 영장전담판사 등 4명의 만찬 회동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