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투명성 부분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5차 협상에서 한국 정부가 투명하지 못하다며 의약품 자동차 금융 등 핵심 분야에서 고강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는 4일(이하 현지시간) 한국의 약가 적정화 방안 입법절차와 관련,"모든 국가는 여론을 수렴하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반영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한국이 규제나 제도를 바꿀 때 매우 불투명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같은 미측 입장은 각 분과에서 그대로 요구로 나타나고 있다.

당장 금융서비스분과에선 미측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에 대한 정부 특혜를 없애고 금융감독원 등의 구두 행정지도를 문서화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 불투명하다" 압박

미국은 금융서비스 분과에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정책금융은 사실상의 보조금 지원"이라며 특혜 폐지를 강하게 주장했다.

신제윤 한국측 금융서비스분과장(재정경제부 국장)은 "미국이 산업은행 문제에 대해 '상당히 중요하다(core concern)'고 말하는 등 요구 강도가 훨씬 강해졌다"며 "산업은행 관련 입장이 확실히 결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은 3,4차 협상 때 문제를 제기했지만 어떻게 바꿔달라는지에 대해서는 입장 정리가 불분명했다.

미측은 외환위기 당시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산업은행 지원 등을 예로 들며 압박했다.

이와 함께 금융감독원의 행정지도를 문제삼았다.

구두로 일반 금융회사를 규제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모든 전달사항을 문서화해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런 투명성 시비는 5일 시작된 의약품 분과에서 첨예화되고 있다.

커틀러 대표는 "의약품 협상 상황에 극도로 실망했다(extremely disappointed)"며 "보건복지부가 약가 적정화 방안 관련 법안을 만들면서 이해관계자로부터 의견을 받았지만 반영된 것은 거의 없다.

이는 의약품 분과뿐 아니라 전반적인 규정 개발 등에서의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 의약품 무역구제 등 둘째날 분수령

협상 첫날인 4일 열린 농업 금융서비스 원산지 등 9개 분과에선 진전이 거의 없었다.

미국산 쇠고기 반송 문제 등으로 서로 양보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농업분과는 민감품목인 대두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의 양허 문제를 첫 논의했지만 성과가 전혀 없었다.

협상 둘째날인 5일에는 핵심분야인 의약품뿐 아니라 자동차,무역구제 분야에 대한 논의가 한꺼번에 시작됐다.

커틀러 대표가 이날 "(미국) 의회 의석의 변화 때문에 자동차 등 주요 쟁점에 대해 더 면밀한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만큼 자동차 작업반에선 한국측 세제 개편,불투명한 표준 개선 등 공세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빅스카이(미국 몬태나주)=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