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기업을 중심으로 재고가 증가하고 있다.

재고 증가는 생산 위축으로 이어져 고용과 소비는 물론 경제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미국의 자동차와 건설관련 업종뿐만 아니라 최근엔 철강과 반도체 휴대폰 등의 업종도 재고 증가가 눈에 띄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고 수준이 아직 그리 높지 않지만 증가세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3분기 중 전 세계 기업재고는 2001년 이후 처음으로 판매 증가세를 앞질렀다고 블룸버그통신이 UBS증권 자료를 인용해 4일(현지시간)보도했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철강회사인 인도의 아르셀로 미탈이 유럽에서 생산을 줄이기 시작한 것을 비롯 소매업체인 미국의 윌리엄스 소노마,인형제작업체인 독일의 자프 크리에이션 등 세계적으로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생산을 줄이는 대신 저가에 재고를 처분하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덧붙였다.

재고 증가세는 경기 둔화세가 역력한 미국에서 특히 심하다.

지난여름 나타났던 고유가와 주택경기 침체로 자동차업종 건설관련업종을 중심으로 최근 재고가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 최대의 자동차 판매체인인 포트 로더데일은 재고 증가로 4분기 자동차메이커에 대한 주문량을 30%가량 줄이기로 했다.

중장비업체인 카터필라도 3분기 실망스런 실적의 원인으로 재고 증가를 꼽았다.

이 같은 현상을 반영,미국의 지난 9월 중 전 산업 재고는 지난 8월에 비해 0.4% 증가했다.

반면 같은기간 판매는 2.0% 줄었다.

이에 따라 기업 '재고-판매비율'은 지난 8월 1.27에서 9월엔 올 최고인 1.30으로 높아졌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재고량이 판매량보다 많다는걸 의미한다.

아리조나에 있는 템페공급관리연구소는 지난 10월과 11월에도 기업들의 재고 증가세가 판매 증가세를 앞지른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같은 재고 증가는 생산 감축으로 이어져 고용과 소비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지난 10월 중 미 제조업체들이 3만9000명을 해고한 것도 재고 증가에 따른 영향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경기도 위축되기 마련이다.

2000년 6월 기업 재고-판매비율은 1.31을 기록했으나 7월엔 1.48로 껑충 뛰었다.

그로부터 9개월 후인 2001년 3월에 경기 후퇴가 왔다.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잔 해치우스는 "기업들이 재고를 줄이기 위한 생산 감축이 내년 초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0%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재고 증가가 일시적이라는 분석도 상당하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자동차 생산 부진과 주택경기 침체의 경기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재고 증가에 큰 우려를 하지 않음을 나타냈다.

일본은행의 후쿠이 도시히코 총재도 "일본 첨단업종의 재고 증가는 일시적"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미국 경기의 침체가 다른 나라의 첨단업종의 재고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무시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