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많은 주(州)들이 도박 규제를 완화하면서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과 펀드들이 도박산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신문은 월가 경영자들이 도박산업과 금융시장을 직접 비유하는 것을 꺼리면서도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같은 투자은행 등 많은 업체들은 카지노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월가에서 도박산업 투자를 이끌고 있는 것은 모건스탠리다.

모건스탠리는 직접 카지노를 운영할 계획은 없지만 1년 전부터 25억달러 규모 투자기금의 수익성 제고 프로그램의 하나로 카지노를 투자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의 해변 카지노 부지를 7천400만달러에 매입했고 트럼프 엔터테인먼트에 5억달러 규모의 신용공여 한도를 새로 제공하면서 이 업체 지분 18%(1억2천만달러)를 취득했다.

모건스탠리는 또 미 남북전쟁 유적지인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즈버그의 카지노프로젝트 지분 75%도 보유했으나 지난 9월 지역주민들이 유적지 모독이라며 항의하자 매각했다.

게티즈버그 카지노프로젝트의 지분 25%를 가진 크로스로드 게이밍 리조트 앤드 스파는 모건스탠리가 빠지자마자 골드만삭스그룹과의 자금 차입계획을 공개했으며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지분 75%는 골드만삭스의 전 파트너 2명이 운영하는 헤지펀드 실버포인트 캐피털로 넘어갔다.

스펙트럼 게이밍그룹의 컨설턴트인 조지프 웨이너트는 통상적으로는 게임산업 개발자가 돈을 찾아나서는데 지금은 돈이 게임산업 개발자를 찾고 있으며 저명한 금융기관들이 카지노 개발에 앞장서는 것도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월가의 사모펀드와 인수합병(M&A) 전문기업들 역시 도박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부동산투자 전문 콜로니 캐피털은 도박업 면허까지 획득, 하비스 카지노 리조트를 인수했으며 지금은 라스베이거스와 애틀랜틱시티의 힐튼 카지노를 소유하고 있다.

또 10월에는 M&A 전문기업인 아폴로 매니지먼트와 텍사스퍼시픽그룹이 공동으로 39개의 카지노체인을 운영하는 하라스 엔터테인먼트를 155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이처럼 월가의 자금이 술, 담배와 함께 '죄악 주식'으로 불리며 기피대상이 돼 온 도박에 몰리는 것은 금융가에서 도박산업과 관련한 금기들이 점점 약해지고 주 정부들이 투자 유치를 위해 도박산업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것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도박산업을 공식적으로 허용하는 곳은 라스베이거스가 있는 네바다주와 애틀랜틱시티가 있는 뉴저지주 등 2개 주 외에도 35개 주로 늘어났으며 도박업 면허 취득 절차도 간소화하는 추세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scite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