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진영 "비대위 해산.전대 개최"

지도부 "설문조사 예정대로 실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신당창당 움직임과 관련해 여당 지도부의 설문조사 실시를 정면비판한 것을 계기로 정계개편 주도권을 둘러싼 통합신당파와 친노 진영의 대립이 전면전 양상으로 격화되고 있다.

친노(親盧)진영은 5일 당 지도부의 즉각 해산과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하면서 설문조사 작업에 대한 실력 저지에 돌입했고 이에 맞서 당 지도부와 통합신당 추진파는 예정대로 조사를 강행한다는 입장을 재확인, 양측간 긴장의 수위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친노 성향의 중앙위원, 당원협의회장, 시.도당 상무위원, 청년위원장 270명이 참여한 `열린우리당 정상화를 위한 전국당원대회 준비위원회'는 이날 오전 영등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근태(金槿泰) 의장이 이끄는 현 비상대책위원회의 즉각 해산과 당의 진로를 결정하기 위한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준비위원회는 현 비대위에 대해 "지난 6개월 동안 국민과 당원에게 보여준 것은 무능과 독단 뿐이었다"며 "부질없이 당내 갈등과 당-청 갈등만을 조장하면서 정작 중요한 국정현안에는 당론 하나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당은 한자릿수 지지율의 식물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또 당의 진로결정과 관련, "위기를 극복하고 당을 정상화하려면 정기 전당대회가 반드시 개최돼야 한다"며 "정계개편이나 통합신당 논의 등 당의 진로와 관련한 모든 정치적 입장들은 전당대회를 통해 평가받아야 하고 당의 운명은 당원들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준비위원회에는 참여정치실천연대와 국민참여 1219, 의정연구센터, 신진보연대, 중단없는 개혁을 위한 전국당원모임(중개련) 등 당 사수를 주장하는 계파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준비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에 이어 오는 10일 영등포 당사 앞에서 당원 2천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전국당원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통합신당파가 다수를 차지하는 당 지도부는 이날 저녁 비대위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설문조사 문항 내용과 방법을 확정하고 이르면 6일부터 소속의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한 비대위원은 "현실적으로 정치 주체가 의원들인 만큼 의원들의 생각을 알아보는 것은 당연하고 이는 민주적 절차에도 합당하다"고 전제, "설문조사가 끝나면 이달 중순 의원총회와 의원 연찬회를 거쳐 당의 진로와 정계개편 방향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라며 "필요하다면 설문조사의 폭도 (당원 등으로)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근태(金槿泰) 의장은 이날 오전 농림부 소관 예산과 관련한 당정협의회 직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오늘 저녁 설문조사 실시 문제를 놓고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도부는 또 전날 설문조사 실시를 비판한 노 대통령의 편지 내용에 대해 직접적 언급을 삼가면서도 노 대통령에게 국정에 전념할 것을 거듭 요구하며 우회적인 비판을 가하고 나섰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고위정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치는 당에, 대통령은 국정에 전념하면 당은 대통령을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국정에 전념하는 것은 대통령의 레임덕을 최소화하는 길이기도 하다"고 밝히고 "당청관계에 대해 이제는 국민이 짜증을 내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