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원·달러 환율이 9년1개월여 만에 최저치(927.60원)로 떨어지면서 중소 수출업체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은 그나마 환율방어 대책을 세우기라도 하지만,수출에만 의존하는 중소기업들은 그야말로 넋놓고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기업이 주력업종을 바꾸는가 하면 일부는 아예 국내사업을 접고 중국 등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중소기업들은 내년 이후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900원대 밑으로 내려가면 더 이상 버텨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 환율공포에 떠는 중소 전자업체

원·달러 환율하락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대표적인 업종은 중소 전자업체들.대부분의 매출을 해외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이들 업체에 계속된 환율하락은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다.

LCD TV 제조업체인 이레전자.재작년까지 수출호조로 연간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던 이 회사는 지난해 영업손실 285억원,올 상반기 영업손실 135억원으로 실적부진에 고전하고 있다.

외부자금을 끌어들이며 자구책을 마련하던 이 회사는 결국 실적부진을 만회하지 못한 채 지난달 25일 20 대 1의 감자를 실시했다.

원·달러 환율하락 탓이다.

한때 유럽에 월 2000대 이상의 LCD·PDP TV를 수출했던 우성넥스티어도 마찬가지.이 회사는 재작년까지 554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1억4000만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30억원)와 올해 상반기(30억원)엔 환율하락 탓에 대규모 적자를 냈다.


◆ "계속된 환율하락,내년이 안 보인다"

환율하락의 공포는 비단 전자업체들만 겪는 것은 아니다.

서울 북가좌동에서 종이쇼핑백 등 잡화를 수출하는 S사.지난해 말까지 국내 공장에서 쇼핑백 및 공예품 등을 해외로 수출하며 짭짤한 수익을 올렸던 이 회사는 올 초 중국 칭다오로 공장을 옮겼다.

지난해 이후 계속된 원·달러 환율의 부담 때문이다.

최근에는 원·달러 환율하락분을 반영해 수출가격을 올렸다가 거래처에서 납품공급 중단을 통보받았다.

중소업체들은 "더 큰 문제는 내년"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내년에도 지금처럼 환율하락 속도가 가파르다면 채산성 악화로 사업을 영위하지 못할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기협중앙회 관계자는 " 수출채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정 환율을 1018원대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원·달러 환율이 800원대로 내려가면 이를 버텨낼 기업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상택·이태명·유창재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