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환율 하락에도 비교적 꿋꿋하게 버티는 편이다.

영업이익이 지난해(8조598억원)에 다소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지만 올해도 7조원 정도는 달성될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2000억원의 영업이익이 사라지는 구조인 상황에서 올해 평균 환율이 지난해보다 70원가량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기준으로 8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셈이라는 계산도 가능하다.

삼성전자가 이 정도로 선방하고 있는 이유는 D램 낸드플래시메모리 휴대폰 디지털TV 등 주력제품들이 해외시장에서 가격 선도력을 갖고 있는 데다 공격적인 출하전략이 뒤를 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분기 389만대였던 TV 출하량은 3분기에 509만대로 늘어났고 휴대폰은 2분기 2630만대에서 3분기에 3070만대로 급상승했다.

10인치 이상 대형 LCD(액정표시장치)도 분기별로 100만장 이상씩 출하를 늘리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이런 삼성전자도 요즘엔 수심이 깊어졌다.

주우식 IR팀장(전무)은 "달러화 비중을 낮추면서 수출을 크게 늘려봤지만 원화 절상 속도가 너무 빨라 한계가 있다"며 "주변국 통화들과 달리 '왜 원화 값만 오르고 있는지' 당국자들은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특히 저(低)환율이 LCD사업에 미칠 영향을 적지 않게 걱정하고 있다.

반도체와 휴대폰은 영업이익률이 좋기 때문에 환율 하락에 따른 부담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지만 판가 하락에 시달리고 있는 LCD의 경우는 충격파를 흡수할 수 있는 안전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내 최고의 기업인 삼성전자도 900원 선 하향 돌파를 위협하는 환율 앞에서는 가슴을 졸이는 상황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