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적으로 반미(反美)를 내세우는 차베스 대통령은 자국 내에선 고유가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빈곤층의 복지 확대 및 정치 개혁 등을 꾀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 왔다.
최근 발표된 한 중남미 전문 여론조사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투표할 가능성이 높은 유권자 가운데 절반을 넘는 59%가 이번 대선에서 차베스를 선택한 반면 경쟁 상대인 마누엘 로살레스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27%에 불과했다.
차베스의 인기는 농민에 대한 토지 재분배,자원 민족주의를 통한 복지 확대 등 국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빈곤층을 위한 정책들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경제 상황도 나쁘지 않다.
이전보다는 성장률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베네수엘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에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는 이번 선거 후 국명을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볼리바르 공화국'으로 바꿀 것이라고 공언하는 등 이른바 '21세기 사회주의(21st-century socialism)'도 주창하고 있다.
그가 내세우는 사회주의는 옛 소련이나 동유럽식의 무력 투쟁이 아닌 평화적 방법으로 소외 계층의 삶을 개선시켜 빈부 격차를 줄여 나간다는 것.
차베스 대통령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대통령 연임 제한까지 없애 초장기 집권도 노리고 있다.
1999년 2월 처음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차베스는 그해 말 헌법이 개정되면서 2000년 7월 임기 6년의 대통령에 다시 선출됐다.
차베스는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일단 2012년까지 재집권이 보장된다.
세 번째 당선이지만 6년 임기기준으론 연임인 셈인데 연임만을 허용한 법을 고쳐 2012년 이후까지도 정권을 놓지 않는 종신 대통령제마저 꿈꾸고 있다는 것이다.
차베스 정권이 대내적으로는 비교적 폭 넓은 지지를 얻고 있지만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일부에선 차베스의 좌파 성향은 단순히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적인 것이며 따라서 뿌리 깊은 부정부패의 고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차베스 정권이 펼치는 자원 민족주의가 외국 기업들의 투자를 막아 궁극적으로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국가에 의한 경제 통제는 비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베네수엘라 중부대학의 엘리아도 에르난데스 무뇨스 교수는 "유가가 급작스럽게 떨어지면 베네수엘라 경제는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일자리 창출에 나서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코트라의 박찬길 카라카스무역관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 국내적으로 벌어지는 차베스-반(反) 차베스 논쟁은 경제인에게는 무의미하며 한국기업들은 고유가로 달러가 넘치는 베네수엘라 시장에 적극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