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대내외 자산 시장에서는 부동산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대신 증시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길게 보면 2002년 이후 저금리를 바탕으로 금융 부채를 통해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믿는 소위 '부채-경감 신드롬(debt-deflation syndrome)'이 확산되면서 뜨겁게 달아 올랐던 세계 부동산 가격이 이제는 거품이 우려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미국 등 선진국들은 금리 인상을 통한 간접 규제로,한국 등 개도국들은 각종 세제 강화 등을 위주로 한 직접 규제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현재 우려대로 부동산 거품이 붕괴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경우를 보면 부동산 거품이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거는 이렇다.

이미 △가계 부채가 위험 수위에 와 있고 △금융회사들의 주택자금 부실화가 높아지고 있는 데다 △정보기술(IT)→주가→달러화 가치 급락으로 이어져 온 일련의 거품 붕괴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부동산 부문도 거품 붕괴가 필연적이라는 시각이다.

반면 부동산 거품 붕괴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이번 부동산 가격 상승은 실수요를 반영해 투기 징후가 종전보다 약하고,지금의 경제 여건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이 마무리 국면에 진입하고 있어 거품이 붕괴될 정도로 급격한 가격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고령인구 비율 증가 등의 인구 구성 변화로 부동산 경기는 연착륙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 미국은 가구주 연령이 45~50세인 2070만 가구 중 76%,35~40세인 2440만 가구 중 67%가 자가소유 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자가 소유에 따른 주택 수요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두 견해 모두 나름대로 일리 있는 주장이다.

분명한 사실은 이번 부동산 가격 상승은 한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가격이 높다 하더라도 가격이 더 오르는 '차별화 장세(nifty-fifty)'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은 점이 눈에 띈다.

그만큼 투기 요인보다는 실수요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음을 뒷받침해 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미국 영국 호주 등 이른바 세계 부동산 시장 '빅3' 국가들의 부동산 가격은 거품이 붕괴될 정도로 절대 가격이 떨어지는 급격한 조정보다는 상승률이 둔화되는 '질서 있는 조정 국면(an orderly calming down)'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조적으로 세계 증시는 '순항 장세(cruise market)'라 불릴 만큼 완만하지만 비교적 견조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현재 세계 증시 여건을 보면 올 하반기 이후 하강 국면에 진입한 세계 경기는 연착륙 중이다.

기업들의 실적도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을 정도다.

국제 금리는 시장 참여자들의 역사적인 인식 수준에 비해 낮아 여전히 유동성이 풍부하다.

특히 올해 기업들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벌써부터 특별 보너스가 지급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특별 보너스가 많이 지급되는 해에는 '산타 랠리(Christmas rally)'와 '1월 효과(January effect)'가 나타난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가 내년 1월 혹은 내년 1분기에 저점을 형성할 것이라는 주요 예측 기관들의 예상을 토대로 한다면 연말 연시 장세 이후에도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도 증시 전망은 비교적 밝은 편이다.

그동안 뉴욕 월가의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대표적 자산 예측론자인 해리 덴트 등이 인구 통계학적인 관점에서 주장해 온 다우존스지수 12,000선 돌파가 1980년대에 이어 2009년 혹은 2010년까지 또 다른 대세 상승 국면의 출발선으로 인식돼 왔다.

따라서 경제 주체들은 대내외 자산 시장의 재편 움직임을 예의 주시해 경제 정책과 기업 경영,재테크 전략 수립 등에 선제적으로 반영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