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정무특보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거주연한에 따라 양도세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힘에 따라 양도세 개편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선 양도세 부담이 완화되면 서울 강남권 등지의 6억원 이상 고가주택 매물이 늘고,매물 증가에 따라 집값 급등 추세가 꺾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열린우리당에선 양도세는 종합부동산세와 더불어 8·31 정책의 근간이라며 양도세 부담 완화는 없다는 기존 방침을 되풀이하고 있다.

때문에 이 전 총리의 가세에도 불구하고 양도세제 개편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양도세 부담 완화 왜 제기됐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지난해 내놓은 8·31 대책이 오히려 서울 강남권 등지의 매물 부족을 불러왔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종부세 강화로 보유세 부담이 대폭 늘어났는데도 양도세 부담이 워낙 커 팔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이 전 총리 역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30일 서울대 특강에서 "종부세가 부담스러워 집을 팔려고 해도 양도세가 무거워 팔지 않으면 공급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고가 주택 보유자들에게 퇴로를 열어주기 위해서는 일시적으로 양도세율을 낮춰주거나 장기 보유에 따른 혜택을 지금보다 더 많이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총리는 "소유 연한에 따라 차등을 둬 감세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도세 부담 얼마나 되길래

현재 1가구 1주택 장기 보유자라 하더라도 6억원이 넘는 주택을 갖고 있으면 양도세를 내야 한다.

한 집에 수십년간 살아왔다 해도 양도세 부담을 피하기 힘들다.

실제 서울 반포 42평형 아파트에 20년째 살고 있다는 김모씨는 "지금 당장 팔 경우 양도세가 2억5000만원을 웃돌아 팔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물론 팔 수야 있지만 세금을 내고 나면 평수를 줄이거나 입지가 못한 곳을 찾아야 해 선택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께 2억원에 구입해 현재 10억원짜리 주택에 살고 있는 1주택자도 팔 경우 7000만원가량의 세금을 내야 한다.

또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2001~2003년께 서울 강남권에서 30평형대 아파트를 장만한 사람도 양도세가 6000만~7000만원에 이른다.

○정부·여당 "완화 없다"

이 전 총리의 발언에 대해 재정경제부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 전 총리 발언의 맥락이나 배경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다만 시장에서 종부세와 양도세 부담이 워낙 크다는 불평이 나오자 이를 살펴보겠다는 원론적 차원의 발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재경부는 지난달 24일 권오규 부총리가 국회에 답변한 대로 "양도세는 종부세와 마찬가지로 건드릴 계획이 없다"고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한 관계자는 "1가주 1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이 낮아져 매물이 나오더라도 집을 판 사람이 다시 집을 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제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재경부는 이와 함께 현재도 장기 보유 특별공제 등 집을 오래 가질 경우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재경부는 특히 장기 보유 특별공제에다 추가로 양도세 부담을 낮춰줄 경우 그 혜택이 대부분 서울 강남권이나 과천 분당 평촌 등지의 고가 주택 보유자들에게 돌아가 조세 형평 원칙에도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최근 당내 일각에서 양도세 부담 완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긴 했지만 지도부가 "양도세 완화 불가" 방침을 재확인한 바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