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법안이 2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내년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감에 따라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처우가 상당수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초 정부가 추진했던 파견근로 업종 확대 등 고용시장의 유연성 부문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삭제되거나 축소돼 당초 기대됐던 일자리 창출 효과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또 기업들의 인력 운영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우려된다.



민주노동당은 파견 근로자의 고용의제,기간제 근로자의 사유제한 등을 요구하며 비정규직 법안의 본회의 통과를 적극 저지했으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더 이상 법안처리를 늦추는 것은 오히려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지난 2월 환노위를 통과한 법안을 그대로 강행처리했다.


○누더기로 통과된 비정규직 법안

국회를 통과한 비정규직 법안은 2년 전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용 중 상당부분이 수정된 '누더기법안'으로 변질된 상태다.

노동계의 주장이 대폭 반영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비정규직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만 해도 선진국처럼 유연-안정성(Flexi-curity)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강했었다.

그러나 국회 논의과정에서 노동계의 입김에 밀리면서 원래 법안내용의 상당부분이 변질되거나 삭제됐다.

이 때문에 오히려 고용시장이 경색돼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파견 근로자의 경우 사용기간과 업종을 상당히 제한,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으로 전환되거나 용역 및 하도급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업들이 불법파견 시비에 휘말릴 소지를 미리 없앨 것이기 때문이다.

기간제와 파견제의 사용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줄인 것도 기업주들의 인력 운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영국 미국 호주 등 영미계 국가는 파견대상에 제한이 없고 일본도 1999년 네거티브방식으로 전환했다.

독일도 건설업을 제외하곤 파견대상에 제한이 없다.

비정규직법이 발효될 경우 시행과정에서 상당한 혼선도 우려된다.

임금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노동위원회에 차별대우를 이유로 너도나도 제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위에 차별시정을 요구하는 제소 건수가 한 해 수천 건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는 노동전문가들도 있다.


○기간제 사유제한 반영 안 돼

여야는 민주노동당이 강력히 요구했던 기간제 근로자(계약직)에 대한 사유제한과 파견 근로자에 대한 고용의제 등 최대 쟁점에 대해 환노위를 통과한 당초 법안대로 확정했다.

즉 기간제 근로자에 대해 사유제한 없이 2년을 사용한 뒤 이 기간이 지나면 무기근로계약자로 간주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기간제를 쓸 때 질병 출산 휴가 등으로 사유를 제한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용사유를 제한하는 나라는 선진국에서도 찾기 힘들고 우리 경제 현실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수용되지 않았다.

또 2년이 넘는 파견 근로자에 대한 고용의제의 경우도 기업에 주는 압박이 크다는 이유로 당초안대로 고용의무를 유지했다.

고용의제란 기업이 파견직을 2년 넘게 고용할 경우 그 기업이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해고를 함부로 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반해 고용의무는 2년 넘은 파견직에 대해 직접고용을 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기업주가 직접고용을 안 하고 버틸 경우 벌금 등의 제재를 받는 것으로 끝나 고용의제보다는 부담이 덜하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했던 파견근로 대상 업종의 전면 허용은 노동계의 강력한 반대로 지난해 4월 당정협의에서 무산됐고 현행(26개 업종 허용) 포지티브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