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3천억 달러 돌파의 동력을 잉태한 과거 수출 드라이브 시대의 수출첨병으로 세계를 누비던 종합상사들의 변신이 최근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제조업체가 스스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국내 시장이 개방되는 동시에 무역 대행에 따른 정부 지원이 사라짐에 따라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돈이 된다는' 해외광구 지분 확보 등 종합상사들의 이른바 자원개발 사업 참여 러시는 이제는 구문에 불과할 뿐이다.

상사들은 그간 축적한 전세계 수출입 네트워크와 유통망 등을 토대로 틈새만 보이면 여지없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하고 있어 손대는 사업이 일반의 상식을 뛰어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옛 'SK 글로벌' 사태의 악몽을 떨쳐내며 약진하고 있는 SK네트웍스의 작년 전체 매출 14조8천795억원 중 무역부문은 2조7천269억원에 그쳤다.

적어도 매출만 놓고볼 때는 이미 상사라고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회사 성격을 지녔다고 봐야한다.

SK㈜와 연계한 주유소 사업 등 에너지 판매 부문이 8조7천798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 어떤 면에서는 에너지 유통업체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SK네트웍스는 인터넷전화 서비스, 휴대폰 도.소매, 중고폰 수출, IT(정보기술) 시스템 장비 유통, 솔루션, 자동차 정비, 패션, 수입차 판매 등 종합 마케팅 회사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1975년 국내 종합상사 제1호로 지정된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진화'도 이에 못지않다.

미국 패션시장에서 'FUBU'를 대표적 힙합 브랜드로 자리잡게 한 것은 물론 USB 등 IT 계통 제품의 전문브랜드 '플레오맥스'는 몇년만에 세계 60여개국으로 판로를 뚫었다.

지난 90년대 인수한 루마니아 국영 스테인리스 공장 '오텔리녹스'를 당시 2년여만에 현지 최고의 외자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이래 지금도 이 회사 대주주 지위로 공장을 돌리고 있다.

LG상사는 아예 2010년 전체 수익의 60% 이상을 자원 개발과 산업용 원자재 분야에서 달성, 이 분야 전문상사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를 수립해 놓은 상태다.

LG상사는 이에 따라 특히 2004년 카자흐스탄 광구 개발을 위한 지사 개설을 계기로 '제2의 중동'으로 불리는 중앙아시아 자원개발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 흑자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는 현대종합상사도 워크아웃을 벗어나기 위해 예외없이 사업 다각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4년 국내 상사 최초로 1만-2만t급 중소형 선박 건조가 가능한 중국 조선소를 인수한 것을 꼽을 수 있다.

현대상사는 작년 9월 첫 수주 성공 이래 향후 3년간 일감을 확보한 데서 자신감을 얻어 이 조선소를 앞으로 4년 안에 세계 중소형 선박건조 시장에서 손꼽히는 강자로 키워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회사는 앞으로도 영국 등 유럽에서 현지 임가공 형태로 생산, 판매해온 PDP, LCD TV 등의 판로를 유럽뿐 아니라 미주, 중동 지역 등으로 급속히 넓히는 한편 신.재생 에너지 사업 참여를 적극 검토하는 등 신규 사업과 시장 확보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