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정책 혼선이 도를 넘으면서 경제 전체에 파장을 낳고 있다.

당·정합의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며 독자적인 부동산 대책 마련에 나선데 이어 일부 의원들이 지난 15일 당·정 간에 도입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던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를 재추진하고 있어 당내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27일 국회에서 진행된 당·정협의에서 당 소속 의원들 간의 이견으로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함에 따라 조만간 열릴 정책 의원총회에서 세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부 여당 의원들,규제 철폐에 반기

이날 당·정협의에서는 시작부터 순환출자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천정배 김현미 박영선 유선호 의원 등은 "순환출자의 폐해를 정부가 인정하고 있으면서 이에 대한 규제책이 개정안에 명시돼 있지 않다"며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자발적 해소와 신규 순환출자 감시를 위한 구체적인 규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책위 부의장인 채수찬 의원은 "과거 상호출자 규제 마련 과정에서 상호출자의 변형된 형태인 순환출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던 만큼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봉균 우제창 김혁규 신학용 의원은 "경기 활성화와 기업 투자 의욕을 제고해야 할 시점에 신규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

순환출자에 대해선 규제하지 않기로 한 정부안이 타당하다"고 맞섰다.

재경위 소속 한 의원은 "여당 의원들의 생각이 정부안은 물론 당 정책라인의 입장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며 "특히 일부 의원들은 출총제의 현행 유지를 주장하는 등 정부를 압박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계의 기대를 모았던 중핵기업 출총제 규제 기준을 2억원에서 3억~5억원으로 완화하는 방안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순환출자 규제 실제 도입은 미지수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 방안을 놓고 당·정 간 의견 차이가 좀체 좁혀지지 않자 열린우리당은 당·정 간 합의안 마련이 어렵다고 보고 원점에서 당내 의견을 수렴키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를 배제한 채 조만간 모든 의원들이 참석하는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을 확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당내 입장 차이가 워낙 커 단일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순환출자 규제에 찬성하는 의원 수가 적지 않지만 당내 정책위를 책임지고 있는 의원들과 중도·실용파 의원이 도입에 강력 반대하고 있는 데다 선거철이라는 변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당은 전원 합의에 의한 당론 채택이 어려울 경우 표결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표결까지 강행한다 해도 순환출자 규제에 찬성하는 표가 압도적이지 않으면 과거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과 마찬가지로 '당론'보다는 '권고적 당론' 정도를 채택하는 선에서 그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책위 관계자는 "정부가 이미 내놓은 안이 있는 데다 채수찬 의원이나 김현미 의원이 제출했거나 준비 중인 안도 있다"며 "여러 의견들이 있어 당내에서 하나의 접점을 찾는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여당이 단일안을 마련해 국회 정무위에 상정하더라도 조건 없는 출총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 방안이 실제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강동균·노경목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