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이 26일 별세함에 따라 한진해운의 경영권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진해운의 대주주 지분율이 높지 않은 데다 후계구도도 마련되지 않은 만큼 조 회장 타계를 계기로 그동안 한진해운에 눈독을 들여온 해외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이 가시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스라엘 해운 재벌인 새미 오퍼는 최근 한진해운 지분율을 12.76%까지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고(故) 조수호 회장이 보유한 한진해운 지분은 6.87%.여기에 대한항공(6.25%) 한국공항(4.33%) 자사주(7.11%) 대한해운(1.67%) 등을 합쳐도 우호 지분이 26.78%에 불과한 탓에 적대적 M&A에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태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5000만달러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한 말레이시아계 투자회사인 PVP가 우호세력인 만큼 이들이 BW를 행사하면 15% 정도의 우호지분이 추가된다"며 "현재로서 M&A 위협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재계는 조양호 회장이 최근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국공항을 통해 한진해운 지분을 0.34% 사들이며 "한진해운의 백기사가 되겠다"고 선언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 한국공항 ㈜한진을 통해 11.08%의 지분을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조양호 회장이 향후 한진해운 지분율을 더욱 늘릴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향후 해외자본이 한진해운 M&A에 나설 경우 백기사를 자처한 조양호 회장측의 한진해운 지분도 이에 비례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자연스러운 절차를 거쳐 조양호 회장이 경영권을 넘겨받는 것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은 한진해운을 적대적 M&A에서 보호하기 위해 백기사를 선언한 것일 뿐 한진해운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며 "한진해운은 현행대로 박정원 사장을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호 회장의 직계 가족인 부인 최은영씨와 두 딸인 유경,유홍씨는 현재 한진해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태다.

조수호 회장의 지분을 모두 상속받더라도 6.87%에 불과하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