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완(李炳浣) 청와대 비서실장은 26일 각종 현안의 교착상태 해소를 위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 여ㆍ야ㆍ정 정치협상회의를 제안한다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뜻을 발표했다.

다음은 이 실장의 브리핑 내용과 문답 요지.

--정치협상회의 안건으로 전효숙 헌법재판소 소장 인준 건도 포함되나.

▲그런 부분을 포함해 모든 문제가 다뤄지고 풀리기를 바라는 뜻에서 이번 협상을 제안한 것이다.

남은 임기 중 국정운영 기조나 방식도 협상을 통해 타개하고자 하는 게 대통령의 뜻이다.

필요한 요구조건이 있으면 모두 내놓고 합의되면 최선이고, 공통점이 모이면 수용하실 거고, 일부 이견이 있다면 협상을 통해 해소하고 주고받으면 되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다.

협상은 한 차례로 그칠 게 아니라 필요하면 이견 해소가 이뤄질 때까지 계속하고자 하는게 우리의 뜻이고 대통령의 생각이다.

--회의 참석 주체는.
▲양당의 책임있는 주체들이 책임있게 해결할 수 있는 의사와 대표성을 가진 분들이 하시는게 합당하다.

1차적으로 입법문제에다, 향후 국정운영기조, 방식을 포함한다면 양당 대표, 양당 원내대표,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같이 하는게 어떤가 생각한다.

필요하면 제가 양당 대표들을 만나 형식과 절차, 참석범위 등을 논의하고 정치협상회의의 배경과 진의, 방식 등에 대해 설명하고 참석 요청을 할 생각이다.

--거국중립내각 구성 문제도 논의 대상인가.

▲협상 테이블에서는 모든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년 이상 국회가 표류하면서 주요 민생 개혁입법 과제들이 교착상태이고, 내년 예산안도 빨리 처리되어야 대선을 앞둔 내년 정국이나 국정운용이 풍파를 안만나고 마비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와 우려를 담고 이번 제의를 했다.

--여당 지도부와 조율을 거쳤나.

▲조율이 아니고, 열린우리당 당의장과 원내대표,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에게 전화로 말씀드렸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통화가 지금 여의치 않아 바로 전화 드리고 필요하면 제가 찾아뵙고 설명을 드리겠다.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의 반응은.
▲아마 당 차원의 논의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협상회의가 되도록 빨리 성사되어 해결책을 찾고 남은 임기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나 방향에 대해서 여야가 공통점을 찾아내고 합의를 이뤄내 원활한 국정운영이 이뤄지길 바란다.

특히 역대 정권 말에 대선을 앞두고 국정이 표류한 예들이 많았고, 그런 표류나 마비 현상 속에서 외환위기 등 국가적 중대위기 요인들이 발생했고, 국가와 국민에게 많은 어려움과 짐을 줬다는 것을 되돌아 볼 때 정치협상회의가 하루 빨리 성사되어 여야 모두가 국정의 주체로서의 합의와 타협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국정운영의 기조까지 논의한다는 것은 국정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닌가.

▲국정을 책임있고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이뤄가기 위한 제안이다.

--이번 제안이 야당이 주장하는 비상내각, 여당이 주장하는 거국내각과 비슷한 맥락인가.

▲한 번으로 끝내자는 게 아니다.

어떤 의제든 급한 건 급한대로, 시간이 걸리면 걸리는 대로, 할 수 있으면 모두 합의를 이끌어 내서 대통령이 수용할 부분이 있으면 대폭 수용하는 자세로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

--여야 합의 자체가 가능할까.

▲지난 1년을 되돌아 보면 여야간 합의된 사항이 많았음에도 실천된 적은 별로 없다.

보다 큰 틀에서 이런 현상을 종식하고 대타협, 대협상의 길을 열어보자는 게 이번 제안의 참뜻이다
--청와대가 가장 급하게 합의해야 할 사항으로 보는 것은 뭔가.

▲얼마전 여야 원내대표간에 이번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했던 합의들도 있었는데 실질적으로 진전이 안된 부분이 있다.

책임있는 주체들이 책임있게 논의해 국민 앞에 약속하고 대통령도 큰 뜻으로 여야의 대안과 주장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은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다.

--기타 군소정당은 어떻게 되나.

▲차후 검토해 볼 사항이지만 우선은 책임있는 정치주체로서 한나라당이 가장 큰 실질적인 정치주체다.

--언제 이같은 구상을 하게 됐나.

▲구체적으로는 이번 아시아ㆍ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정리하고 생각을 가다듬으셨다.

그 때 국내 문제도 보고받으며 결단내린 것으로 생각한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