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공간에서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세컨드 라이프'에서도 뜨는 기업인이 있다. '안시 청(Anshe Chung)'이라는 아바타로 부동산개발업을 하고 있는 중국계 독일인 '아일린 그라프'. 아일린 그라프는 경제규모가 연 6000만달러를 넘어선 세컨드 라이프에서 가입비 9.95달러를 내고 3년 만에 연 매출 250만달러를 올리는 기업인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세컨드 라이프 내에서 사용하는 사이버 머니인 '린든달러'(L$)가 게임 내 환전소에서 실제 미국 달러로 환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돈을 버는 기업인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교사이자 온라인 시뮬레이션 게임 전문가인 그라프는 세컨드 라이프에 들어가기 전에도 가상현실 게임을 즐겨 했었다.

하지만 그러한 게임들은 사이버 머니를 실제 돈으로 환전할 수가 없었고,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가 명확히 구분돼 있었다.

그러나 200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린든 랩'이란 회사가 세컨드 라이프를 출시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세컨드 라이프는 사용자들에게 아이템 소유권을 줬고,이것들을 실제 돈으로 팔 수도 있게끔 했다.

그라프는 처음엔 주로 세컨드 라이프 내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게임 방법을 가르쳐 주면서 사이버 머니를 벌어들였다.

그는 또 아바타의 다양한 동작을 구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해 이를 판매했다.

이 같은 애니메이션 기술 판매를 위해 세컨드 라이프 내에 상점도 열고 부동산 사업도 시작했다.

2004년 6월 그라프는 세컨드 라이프에서의 '가짜' 부동산 사업을 '진짜'로 바꾸기로 결심한다.

그는 '안시 청 스튜디오'를 열고 애니메이션 기술을 팔아 벌어들인 사이버 머니로 세컨드 라이프 내에서 더 많은 땅을 사들였다.

또 그 땅을 '드림랜드'라 이름 짓고 3차원 기술을 이용해 풀을 기르고 풍경을 가꾸며 도로,공공시설과 같은 인프라도 만들어 나갔다.

세컨드 라이프 내 잡지를 통해 '부동산 매매' 광고도 내보냈다.

그해 8월께 안시 청은 세컨드 라이프 내 최고의 부자가 됐다.

이후 재투자와 사업 확장을 통해 벌어들인 린든달러를 2005년부터 실제 현금화하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사업 일부를 중국 쪽에 아웃소싱(중국 현지에 서버를 두고 일부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10명의 중국 현지 컴퓨터 프로그래머도 고용했다. 사업 전체를 중국으로 옮길 생각도 갖고 있다.

중국 정부가 환영하고 있고 값싼 노동력도 장점이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들어 세컨드 라이프 내 경쟁이 치열해지자 사업을 8개 팀 조직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4~15명으로 구성된 5개 팀은 세컨드 라이프 내에서 사들인 토지에 다양한 건물을 짓고 인프라를 갖추는 데 집중하고,다른 3개 팀은 마케팅과 향후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가 요즘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은 해커들을 어떻게 막느냐 하는 것.아직까진 별 문제 없었지만 해커들이 사이버 머니를 강탈하기 시작하면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그라프는 세컨드 라이프 내 사업이 결코 만만치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짜 세계에서 진짜 돈을 투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망했다"며 "주식 투자 마인드로 들어와 이곳에서 쉽게 수익을 거두리라 생각하는 것은 대단한 잘못"이라고 충고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