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항고는 유회원씨 신병 확보 명분 축적용인듯

변양호씨 영장이 `갈등 봉합' 막판 변수

검찰은 22일 유회원 론스타 코리아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에 불복해 청구했던 준항고가 기각된 뒤에도 예상했던 일이란 듯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유씨의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됐을 때나 판례 변경이 필요하다며 준항고를 청구할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법원 결정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절차에 따라 재항고하면 된다.

하급심에서 기존 판례를 깨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검찰의 이런 변화는 최근 논란이 됐던 법원과 검찰 고위 간부들의 비밀 회동 관련 보도나 이용훈 대법원장의 외환은행 사건 수임 의혹의 출처를 검찰로 의심하고 있는 법원과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에는 재항고 절차까지 밟아나가면서 최대한 유씨 신병 확보의 명분을 쌓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듯하다.

◇ 자제하는 法-檢 =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는 형사부 공보관을 통해 검찰의 준항고를 기각 결정을 발표하면서 영장 기각은 법원의 결정이 아니라 판사의 명령이기 때문에 준항고로 불복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를 그대로 인용한 자료만 내고 다른 설명은 생략했다.

다만 재판부는 유씨의 영장이 네 차례 기각된 것과 관련해 "사건 경위를 상세히 검토한 결과 판시 내용을 보면 구속영장 업무처리가 적정했다는 것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고 최대한 절제된 표현으로 의견을 내놓았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검찰이 판례 변경이 필요한 급박한 상황 변경이 생겼다고 주장하지만 불과 2년도 안된 지난해 3월에도 재항고를 기각한 대법원 판례가 있었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검찰은 유씨 영장을 재청구할 때 글자 하나 바꾸지 않고 곧장 재청구한 것과 달리 충분히 시간을 두고 사정 변경이 생겼다는 이유를 보완해 대법원에 재항고 하기로 했다.

유씨의 영장 기각을 법리적으로 다퉈보겠다는 명분을 축적할 수도 있다는 계산을 한 듯 외환카드 주가조작과 관련된 혐의를 받고 있는 유씨의 기소를 대법원 재항고 결정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영장 불복 조항이 포함돼 있는 만큼 명분을 축적한다면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에라도 판례 변경을 이끌어 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게 검찰의 기대다.

유씨의 신병 확보 문제로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이라는 본체 수사 일정에 차질이 생겼지만, 판례가 변경되면 일정 차질에 따른 손실을 만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중견 검사는 "검찰과 법원의 법리 해석이 평행선을 달릴 때 굳이 명령이라는 법리로 준항고를 기각하는 것은 현안 판단을 회피하는, 소극적인 태도다.

재청구해도 기각되는 상황에서 준항고를 했다면 법원도 그 필요성을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 변양호씨 신병 결정이 변수 = 법원과 검찰의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상황이지만, 검찰이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의 영장을 재청구할 경우 그 결과에 따라 다시 폭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변씨의 영장 기각 이후 "변씨는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의 핵심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은 어떻게 보면 그 바운더리 안에서 움직였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이 5개월 가량 변씨를 구속한 상태에서 수사했음에도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와 관련해 충분한 소명을 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비록 현대차 로비 의혹과 관련돼 구속했더라도 그 기간에 이미 증거도 충분히 확보했고, 진술도 들을 만큼 들었는데 굳이 구속된 상태에서 수사를 받도록 할 필요가 없다는 게 법원의 시각이다.

검찰이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과 관련해 변씨의 중대한 새로운 혐의나 증거 인멸 정황을 재청구하는 영장에 소명하지 못하면 신병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검찰은 중간수사 결과 발표 시점을 변씨를 포함한 관련자들의 처리와 묶어서 일정을 잡을 정도로 신병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검찰은 변씨의 영장이 사실상 새로운 영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막바지에 이른 론스타 수사는 검찰과 법원 간 또 다른 파열음을 내면서 다른 모양으로 매듭지어질 수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