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증시를 주목해야 합니다.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기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 상반기 중 코스피지수는 1700선 돌파가 가능해 보입니다."

김영일 한화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19일 "기업의 평균이익이 지난해 정체된 데 이어 올해 6%가량 감소했지만 내년에는 17%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상반기부터 실적 개선이 증시에 본격 반영될 것"으로 전망했다.


1994년 옛 한국투신에서 펀드매니저 생활을 시작한 그는 미래에셋운용 주식운용본부장,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등을 거쳐 올 3월부터 한화투신운용에서 주식운용 최고책임자(CIO)를 맡고 있다.

김 본부장은 똑같이 이익을 내는 회사라도 '이익의 질'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소형주의 경우 매출채권 재고자산 감가상각 개발비 등을 어떤 식으로 회계처리하는지를 면밀히 살펴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회계를 보수적으로 처리하면서도 동일한 규모의 이익을 내는 회사가 잠재력이 크고 안정성도 높다는 것이다.

연말랠리 가능성에 대해 그는 회의적인 견해를 보였다.

김 본부장은 "중국 인도 미국 등 글로벌 증시가 심리적으로 단기과열권에 진입했다"며 "국내 증시를 포함한 글로벌 증시가 연말 또는 연초에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내 증시의 경우 조정을 받더라도 코스피지수 1370선 안팎에서 지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최근 주식형펀드 증가세가 주춤하는 등 수급 불안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며 "오히려 매수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는 기관들이 단기 조정을 받을 경우 매수세에 적극 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유망한 업종으로 정보기술(IT) 통신 증권 등을 꼽았다.

IT주는 올해 부진했지만 지난 3분기를 바닥으로 업황이 개선 중이며 저평가 매력까지 갖췄다는 설명이다.

중화학분야를 우선시했던 중국이 소비재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도 IT주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통신업종은 기업 간 과당 경쟁과 선두 업체에 대한 정부의 규제 등이 완화되고 있어 한결 부담이 덜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증시 상황과 밀접하게 움직이는 증권주는 자본시장통합법을 앞두고 인수·합병(M&A) 테마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내년엔 약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최근 2년간 국내 기업들의 이익증가세가 둔화하면서 한국 증시의 상대적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외국인의 '팔자'가 이어졌지만 내년에는 순매수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 본부장은 '가치투자 1세대'로 불린다.

그는 "사실 주가가 현저하게 저평가돼 있던 시절에는 가치주 발굴이 쉬웠다"면서 "그러나 주가 재평가가 이뤄진 지금은 밸류에이션과 성장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까닭에 가치투자가 무척 어려워졌다"고 털어놨다.

김 본부장은 "장기투자라 해서 몇 년 동안 무조건 묻어만 두지 말고 주식이 채권이나 예금상품 등에 비해 위험 대비 기대수익이 얼마나 큰지 시장 상황에 따라 수시로 점검해 자산 배분을 재조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