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초 재개될 6자 회담을 앞두고 한·중 정상이 북·미 양측에 신축적인 협상 자세를 강조하면서 적극적인 대화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또 한·중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 본격 협상을 위한 공동연구에 착수키로 하는 사실상 협상 예비단계로 진입했다.

◆ 북·미 적극적 대화 요청

지난달 13일 베이징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이 6자 회담 재개에 초점이 맞춰졌었다면 한 달여 만에 재회한 양 정상의 17일 만남은 공동성명의 조속한 이행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은 "이번 회담은 1년여간의 공백기를 갖고 열리는 만큼 6자 회담이 북핵문제를 풀기 위한 유용한 도구라는 점을 관련국이 확신할 수 있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같은 맥락이다.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은 공동성명에 포함된 방안 중 가능한 부분을 조기에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국 측 역할을 강조했다.

북한의 전격적인 회담복귀 선언이 사실상 중국의 대북설득과 압박의 결과라는 점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후 주석은 이에 대해 한국도 독특한 지위를 활용,북·미 간 적극적인 대화를 갖도록 양측을 설득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우리정부는 18일 예정된 노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9·19 공동성명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방안을 중점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송 실장은 "오후에 열리는 한·미·일 3자 정상회담에서도 6자회담 조기 재개와 실질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진전방안에 대해 인식을 나눠 갖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중 FTA협상 예비단계 진입

이날 양국 통상장관 회담에서 산·관·학 공동연구에 합의함으로써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2008년 상반기 출범할 가능성이 커졌다.

산·관·학 공동연구는 정부가 참여하기 때문에 사실상 예비협상 단계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한·중 FTA는 중국이 적극적이었던 반면 한국은 농산물 수입 급증을 우려해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최근 한국이 민감 농산물을 관세철폐 대상에서 빼기 위해 "전체 품목의 10%를 제외할 경우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제안한 데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혀와 협상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은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도 수용할 수 있다는 공격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시작될 공동연구에서는 상품 10%를 제외하는 방안이 집중 연구될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