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영 챙기기 등 현안이 산적해 있어 재계를 대표해 일할 여유가 없네요."

내년 1월 말 임기가 끝나는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유력 후보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71),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61),김승연 한화그룹 회장(54)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들 3인의 총수는 고사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먼저 조석래 회장은 원로급 총수란 점과 재계의 두터운 친분관계 등을 들어 일찍부터 차기 전경련 회장으로 집중 거론돼 왔다.

이에 대해 효성 관계자는 "전경련 주변에 나도는 하마평을 전해듣기는 했지만 최근 확대하고 있는 해외 사업 마무리와 현재 맡고 있는 대외 역할 등을 감안할 때 전경련 회장직을 맡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조 회장의 의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현재 한·미재계회의 한국측 위원장과 한·일경제인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어 이들 협회의 국제 회의 준비와 회의 참석만으로도 대외 일정이 적지 않은 편이다.

더욱이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은 효성은 최근 타이어코드와 스판덱스 등의 해외 공장을 5개나 인수하며 글로벌 경영에 매진하고 있다.

치밀한 관리경영의 대명사인 조 회장이 이런 중요한 시기에 그룹 경영에서 잠시라도 손을 놓을 상황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박삼구 회장도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고사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아직 제의받은 적이 없지만,시간적으로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대우건설 인수 후속 작업을 비롯해 그룹을 위해 직접 뛰어야 할 일이 산처럼 쌓였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최근 그룹을 3개 사업부문으로 재편하는 등 경영 역량 끌어올리기에 한창이다.

또 베트남 진출을 본격화하는 등 글로벌 경영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박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맡기에는 부담이 된다는 입장이다.

김승연 회장은 올 들어 왕성한 대외 활동에 나서면서 차기 전경련 회장 후보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 9월 3년 만에 참석한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앞으로 전경련 활동에 적극 참여하겠다"며 "회장단 골프회동을 주최하겠다"고 말해 차기 회장 후보로 지목되기도 했다.

김 회장도 그러나 최근 그룹 CI(기업이미지)를 교체하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 재도약하기 위해 그룹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전경련 회장직을 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한 측근의 설명이다.

한화 관계자는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경영 몰두로 바쁘기도 하지만,재계의 대표가 되려면 적어도 예순은 넘긴 원로라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런 고사의지에도 불구하고,이들 3명의 총수에 대한 하마평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총수들이 지금은 고사하고 있지만,재계 여론이 모아지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못 이기는 척 수락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