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달러 환율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2003년과 2004년의 섣부른 외환시장 개입으로 외국환평형기금의 엄청난 손실을 초래했다는 비난으로 심리적으로 위축됐던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13일 모처럼 과감한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930원 선이 무너졌던 원·달러 환율은 정부의 시장개입 이후 급반등하며 전날보다 오히려 1원이나 높은 935원1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정부는 이날 "최근 환율 하락은 경제 펀더멘털보다는 심리적인 요인에 기인한 것 같다"는 허경욱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의 구두개입에 이어 10억달러 이상 달러를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과감한 시장개입에 놀란 은행 등이 덩달아 달러 매수에 나서면서 환율이 929원에서 935원 수준으로 수직상승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이 환율을 6원이나 끌어올리는 '괴력'을 발휘한 것이다.

정부의 매수세 유입으로 환율이 급반등하면서 이날 외환거래(현물환 기준)는 96억8400만달러를 기록,종전 사상 최고치였던 90억6150만달러(지난 9월21일)를 6억달러 이상 초과했다.

산업은행 이정하 과장은 "외환당국이 전방위 방어에 나선 것 같다"며 "당분간 930원 선이 강력한 지지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특정한 지지선을 방어하기보다 환율 급등락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달러 환율의 추세와 경상 및 자본수지 등에 더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선언,보호무역주의 색채가 강한 미국 민주당의 의회 장악,집값을 잡기 위한 한은의 금리 인상 가능성,중국의 외환보유액 다변화 정책,일본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은 원·달러 환율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전문가들은 그러나 내년 한국의 경상수지가 균형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하락하더라도 900원선 밑으로는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