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국가석학 지원사업 대상자'에는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높은 과학자 11명 가운데 서울대 화학과 76학번 동기 2명이 나란히 이름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김동호 연세대 교수와 김성근 서울대 교수다.

김동호 교수는 레이저 분광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힌다.

그가 개발한 피코초(1조분의 1) 및 펨토초(1000조분의 1) 레이저 광학 측정 기술은 분자 내 초고속 현상의 자세한 반응경로를 규명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성근 교수는 생화학적 분자들의 원초적 특성을 밝혀낸 공로를 인정받아 국가석학에 선정됐다.

두 사람은 대학 때부터 절친한 친구 사이다.

김동호 교수는 "화학과 76학번 동기 가운데 김성근 교수와 제일 친하다"며 "둘 다 대학을 졸업한 후 곧바로 미국으로 유학갔는데 떠날 당시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갔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동호 교수는 미국 워싱턴대에서,김성근 교수는 하버드대에서 각각 박사학위를 받았다.

두 사람은 한국에 돌아온 뒤 공동 연구도 진행했다.

김동호 교수는 1986년 귀국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연구원으로 들어갔고,김성근 교수는 1989년 서울대 조교수로 부임했는데 당시 서울대의 실험장비가 낙후돼 김성근 교수가 1990년부터 화학과 대학원생들을 데리고 표준과학연구원에서 실험한 것이 계기가 됐다.

두 사람은 당시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던 '플로린'이라는 탄소화합물의 특성을 밝혀내기로 하고 함께 연구를 해 미국 화학학회지 등 국제저널에 둘의 이름으로 1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김성근 교수는 "둘 다 모험심이 강해 세계 최초가 아니면 연구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실패도 많이 했지만 공동연구로 주목할 만한 연구성과들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동호 교수는 현재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효율적으로 바꾸는 '인공 광합성 소자'를 연구하고 있다.

기존 태양열 발전기에 비해 전력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기술이다.

그는 이 소자가 상용화되면 에너지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성근 교수는 빛에너지를 받아들인 분자가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가를 밝혀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 단백질이나 DNA 분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3차원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단일분자분광학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김성근 교수는 "앞으로 기회가 되면 김동호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또 한번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