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공공구매제도인 단체수의계약을 대체해 시행하는 '중소기업 간 경쟁입찰'에 기존 전국 단위의 업종별 협동조합과 연합회의 참여가 불가능해진다.

7일 중소기업청과 업계에 따르면 중기청은 협동조합에 중소기업 간 경쟁입찰 자격을 부여하되 2개 이상의 조합이 있는 품목에서 조합원 수가 적은 소규모 조합에만 참여를 허용하는 쪽으로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경쟁입찰 참여를 위한 영세 중소기업들의 소규모 조합 결성을 유도하는 한편 그동안 단체수의계약을 운영해온 전국 조합 및 연합회의 공공 입찰 참여를 사실상 배제하는 것이다.

전국 조합,입찰 참여 불허

중기청은 9일 입법 예고하는 '중소기업진흥 및 제품구매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에 협동조합의 입찰 참여 전제 조건으로 '동일 품목 소관 조합 간의 유효 경쟁이 가능할 것'이란 조항을 신설했다.

이는 입찰 품목에 2개 이상의 조합이 있어야 조합의 입찰 참여를 허용하는 것으로 단일 조합이 공공입찰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미다.

중기청은 또 일정 규모 이하의 조합에만 입찰 자격을 줄 계획이다.

20개 이하 업체로 구성된 조합에만 입찰 자격을 주는 등 자격 요건에 조합원 수 상한선을 두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품목에 1개 조합만 있는 현 전국 조합·연합회 체제에서는 조합의 입찰 참여가 불가능해진다.

중기청 관계자는 "기존에 단체수의계약을 해온 조합들의 입찰 참여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 정부 내에서 반대 의견이 많다"며 "조합 간 경쟁 환경이 조성돼야 조합들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규모 조합 설립 활발해질 듯

중기청은 이번 개정으로 영세 중소기업 간 소규모 조합 결성이 활성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인섭 중기청 공공구매지원단장은 "조합의 입찰 참여는 공공입찰에서 경쟁력있는 중견 기업들의 독식을 막고 영세 업체들의 수주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허용한 것"이라며 "적격심사에서 소규모 조합들에 가산점을 주는 등 영세 업체들의 조합 설립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청은 기존 전국 조합 및 연합회에는 경쟁입찰에 참여하는 업체의 직접생산 여부를 확인하는 업무를 맡길 예정이다.

중기청측은 "직접생산 확인은 단체수의계약에서 생산관리를 해온 조합들이 적격"이라며 "전국 조합 및 연합회의 위상이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조합 및 중앙회,강력 반대

전국 조합 및 연합회의 입찰 허용을 주장해온 중앙회와 기존 조합들은 정부의 개정안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법령 개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강남훈 중앙회 조합지원본부장은 "조합은 중소기업자의 자격으로 참여해 개별 입찰 기업들과 경쟁하는 것"이라며 "업종별 조합의 업체 가입률은 평균 20~30%에 불과하기 때문에 단일 조합만 참여해도 충분한 경쟁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조합의 자격 요건은 해당 조합이 얼마나 신뢰성을 갖추고 납품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규모를 제한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한 전국 조합 전무는 "직접생산 확인업무는 실비만 받고 하는 것이라 수익면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입찰에서 배제되면 조합 운영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