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농산물 시장 개방 이후 값싼 필리핀산 바나나에 밀려 자취를 감췄던 제주 바나나가 16년 만에 부활했다.

농협의 자회사인 농협유통이 과일 매대의 상품 구색 확대 차원에서 서귀포농협과 손잡고 바나나 온실 재배사업을 시작,시판에 들어간 이후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

농협유통은 7일 지난 10월 말부터 서울 양재동 하나로클럽 등 농협유통 체인을 통해 제주산 바나나를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아직 재배 농가가 두 곳 뿐이어서 하루 반입량이 150~270kg 정도에 불과,매장마다 내놓은 지 1시간 만에 동이 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100g에 1280원으로 필리핀산에 비해 3~4배 비싼 제주 바나나가 잘 팔리는 것은 '안전성,신선도,맛'이라는 삼박자를 모두 갖췄기 때문이란 진단이다.

1990년부터 수입 농산물이 규제 없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자 이처럼 가격 경쟁력이 없는 국산 바나나는 자취를 감췄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제주 바나나는 수입 바나나와의 차별화를 위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무농약 농산물 인증을 받았다.

또 수송에 걸리는 시간이 짧아 신선한 데다 90%가량 익은 것만 골라 수확하기 때문에 덜 익은 것을 수확해 배송 과정에서 후숙(後熟)시키는 수입산보다 당도가 훨씬 더 높다.

제주 바나나의 재생산은 국산 바나나의 유통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농협유통 양재농산물종합유통센터가 제주 서귀포농협에 바나나 시범사업을 제의해 이뤄졌다.

서귀포시의 두 농가가 1700여평의 온실에서 바나나를 재배하고 있다.

내년 1월 초까지 총 15t을 출하할 예정이어서 겨울에도 계속 맛볼 수 있다.

노정석 농협유통 과일총괄부장은 "국내 시장의 소비 트렌드 변화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농산물이라도 '친환경'과 신선함으로 승부하면 수입산을 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주 바나나가 보여주고 있다"며 "앞으로도 애플망고 용과 파인애플 등 수입에만 의존해 온 다양한 열대과일을 제주도에서 조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