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 옵션 만기일을 앞두고 프로그램 매물 폭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상 최대에 이른 매수차익잔액(현물 매수·선물 매도) 청산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오름세를 이어가던 증시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6일 유가증권시장은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할 조짐을 내비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매수차익잔액 대규모 청산 위험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 외국인 선물 매도에 휘둘린 증시

이날 코스피지수는 15포인트 이상 출렁였다.

장 초반 외국인이 1만2200계약 이상 순매도하자 '프로그램 매물 폭탄이 터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증시에 급속히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 베이시스(선·현물 가격차)가 한때 1.0 밑으로 떨어졌으며,장 초반 관망세를 보이던 기관도 현물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급하게 순매도에 나섰다.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약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장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외국인의 선물 매도 공세가 둔화하자 유가증권시장은 안정을 찾았다.

이날 외국인의 선물 매매에 따라 휘둘린 증시는 투자자들이 매수차익잔액 청산 부담을 얼마나 우려하는지를 잘 나타냈다.

실제로 매수차익잔액은 6일 현재 3조23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사상 최대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매수차익거래는 나중에 현물을 팔고 선물을 매수하면서 이익을 실현하는 까닭에 잠재적인 매물로 꼽힌다.

◆ "최악의 사태는 없을 것"

전문가들은 일단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는 있겠지만 대규모 '매물 폭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프로그램 매물 우려에 따른 조정을 매수 기회로 활용해 볼 만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12월물에 대한 외국인의 매매 패턴을 보면 특정한 방향을 정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시장이 좁은 박스권에서 등락을 보이고 있고 특별한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어서 외국인 역시 하루이틀 순매수를 보이다가 하루 정도 순매도를 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매도 추세가 이어진다고 섣불리 단정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전 연구원은 "장 초반 시장 베이시스가 1.0 아래로 밀린 가운데서도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가 본격화하지 않았다"며 "3조원이 넘는 매수차익거래 잔액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옵션 만기에 따른 청산 물량보다는 미국 증시 조정에 따른 일부 매각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외국인의 최근 3개월 동안 선물 매매 행태를 보면 순매수로 반전한 시점과 순매수를 지속한 시기는 미국 증시 상승기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심 연구원은 하지만 "시장 베이시스가 0.8 아래로 떨어질 경우 매수차익거래 청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경봉·서정환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