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창악기가 업계 라이벌인 삼익악기에 피인수 시절인 2004년 넘겨준 미국 시장 판매권을 되찾았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익악기가 영창악기에 대해 "삼익에 대한 미국 판매 제품 독점 공급 계약을 맺고도 제품을 공급하지 않고 있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신청에 대해 미국중재협회(AAA)는 "영창의 삼익 피인수 시절 체결된 독점 공급 계약은 무효"라고 최근 중재 판정했다.

협회는 또 "삼익은 영창이 제품을 공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존 공급분에 대해 지급하지 않았던 800만달러(약 75억원)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협회는 "당시 계약은 영창과 삼익 양 당사자 간이 아닌 삼익 단독에 의해 체결됐다"며 "계약과 관련해 영창측은 독립된 변호사를 두지도 못하는 등 계약 체결에 공정성이 결여됐다"고 계약 무효 이유를 밝혔다.

AAA는 미국 내 사적 분쟁을 중재하는 일종의 민간법정으로 이곳의 판정은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낸다.

이번 분쟁은 영창악기가 자금난으로 2004년 초 삼익악기에 인수되면서 비롯됐다.

당시 삼익은 인수과정에서 영창 제품의 미국 판매권을 넘겨받는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독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삼익의 영창 인수를 무효화시키자 이 계약이 문제로 떠오르게 됐다.

영창은 공정성 결여를 이유로 계약 무효를 주장하며 제품 공급을 중단했고 삼익은 이에 대해 2005년 1월 AAA에 손해배상을 신청하는 한편 기존 공급분의 대금 지급을 거부하고 나선 것.이에 영창도 대금 미지급에 대한 손해배상을 신청하면서 판정 결과가 주목돼 왔다.

영창은 이번 판정으로 과거 500억원에서 삼익 피인수 이후 15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던 미국 내 매출이 수년 내에 과거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창은 그동안 삼익을 배제하고 현지 독자판매를 진행해왔으나 현지 딜러들이 삼익과의 계약을 이유로 제품 구입을 꺼리면서 판매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영창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450억원으로 미국 매출이 회복된다면 회사 전체 매출이 거의 2배 수준으로 상승하는 셈이다.

회사측은 이미 현지 영업사원을 2배로 늘려 시장 공략 가속화에 착수한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에만 30% 이상 매출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내 판매 확대가 회사 성장의 지렛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