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2004년 3년 연속 여성기초화장품 브랜드파워 1위,화장품 브랜드 중 최초로 연매출 4000억원 돌파. 아모레퍼시픽의 여성 한방 화장품 브랜드인 '설화수(雪花秀)'가 세운 신기록들이다.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부문에서 35%의 매출 비중을 보이고 있는 설화수는 단일기업으로 봐도 화장품 업계에서 2위에 해당한다. 리딩 브랜드라고 부를 만하다.

설화수가 성공한 것은 '한국 문화'에 뿌리를 두고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나선 결과다. 한방 성분을 부각해 외국 화장품 브랜드와 차별화했고,마케팅에서도 설화수가 '한국 고유의 문화를 지켜낸다'는 이미지를 고객에게 심어나갔다.

○설화수 한방 성분의 기원

설화수에 사용된 한방성분은 2만가지의 한방성분 중 3000가지를 추려낸 뒤 최종적으로 30가지를 엄선한 것이다. 대표적 성분인 인삼의 경우만 하더라도 선별된 세 가지 영역의 인삼에서 유효 성분을 추출해 18시간 동안 달여 만든 것이다.

특히 설화수의 기본 원료가 되는 '자음단(滋陰丹)'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피부에 '음(陰)'이 부족해지는 현상을 개선하는 다섯 가지의 한방 재료 '옥죽''연꽃''작약''지황''백합'이 혼합된 것. 특허를 등록했다. 설화수의 한방 성분 함유 전략은 아모레퍼시픽이 1973년 선보인 한방화장품 '진생삼미'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67년부터 '인삼 중심의 한방미용법'을 연구해온 아모레퍼시픽은 1972년 인삼유효성분 추출 특허를 획득했다. 그동안 약용으로만 쓰던 인삼을 화장품에 사용할 수 있게 된 것. '진생삼미'는 세계 34개국에 내보내져 200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체계적인 연구를 거듭해 '삼미진''설화(1987년)' 브랜드를 출시한 데 이어 1997년 경희대 한의대와 공동 연구를 통해 '설화'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의미의 '설화수'를 선보인 것이다.

2002년 본격적으로 연구개발(R&D)에 식스시그마를 도입한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경희대 한의대와 공동으로 한방미용연구센터를 설립하고 2011년까지 20억원 이상을 투자키로 하는 등 한방제품 차별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독특한 마케팅 전략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를 명품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한국적인 문화 감성' 전략에 맞춰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VIP고객 클럽인 '설화 메이븐 클럽',문화ㆍ예술계 오피니언 리더들로 구성된 '설화 클럽'을 통해 한국 문화 후원과 고객 중심의 한국 문화 체험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지난 2년간 한국의 대표적 사진작가인 배병우씨의 작업을 후원해 작년 10월에는 '청산에 살어리랏다:배병우의 아름다운 한국'을 출간해 우리나라의 풍경 속에 깃들인 아름다움을 발굴해 내는 작업에 동참하기도 했다.

설화수는 유명 모델에 의존하는 기존 화장품 광고의 관행을 깬 것으로도 유명하다. 광고 제작에 있어 철저하게 제품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전략을 쓰고 있다. '누구누구가 사용하는 화장품'이 아니라 고객 스스로가 '내가 쓰는 화장품'이라는 자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