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品코리아] 이젠 세계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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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8~9월 두 달간 한국에서는 수많은 명품 패션 브랜드들의 패션쇼가 열렸다.
샤넬,마크 제이콥스,도나 카란,질 샌더 등 세계 패션계를 주름잡고 있는 명품 브랜드들의 가을·겨울 컬렉션이 서울에서 일제히 열렸던 것.참가 브랜드의 수나 열기에서 뉴욕이나 파리의 패션 주간을 방불케 했다.
한국에 그만큼 명품 브랜드의 단골 고객이 많다는 얘기다.
실제로 마크 제이콥스 패션쇼가 끝난 뒤 무대에 올랐던 의상 대부분이 관객들에게 즉석에서 팔려나갔다고 한다.
한 명품 브랜드 관계자는 "서울이 한 번에 수십억원씩을 들여 패션쇼를 열 수 있는 무대로 성장했다"며 "이는 한국이 명품 소비 대국으로 부상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2. 지난달 25일 프랑스 칸에서는 세계 면세품 박람회(TFWA 2006)가 열렸다.
선을 보인 상품들의 면면을 보면 말이 면세품이지 실상은 내로라하는 명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칸 영화제 개최장으로도 잘 알려진 '팔레 드 페스티벌'에는 샤넬 구치 불가리 베르사체 등의 쟁쟁한 세계 정상급 명품 브랜드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여기에 한국 토종기업으로는 처음으로 KT&G가 담배 '에쎄'와 '레종 제스트' 등 5개 브랜드를 앞세워 도전장을 냈다.
TFWA측이 엄선한 500개 기업 3000개의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전시회에 참가한 한 관계자는 "바꿔 말하면 한국이 세계 시장에 자신 있게 내놓을 만한 명품이 담배밖에 없다는 얘기 아니냐"고 자조섞인 한마디를 던졌다.
명품 소비에서만큼은 이미 큰 손이지만 명품 수출국의 대열에는 아직 끼지 못하는 한국.우리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는 위상에도 걸맞지 않다.
물론 우리에게도 삼성의 휴대전화나 현대의 자동차와 같은 세계 일류 상품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머지 제품들은 여전히 '명품'반열에 오르기엔 '2%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명품이란 감히 흉내낼 수 없고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 힘든, 그래서 소비자가 턱없이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갖고 싶도록 하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
○한국의 대표기업들,'명품' 향해 뛴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제일모직 아모레퍼시픽 등 각 업종별 간판 기업들이 한국산 '명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수출전선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는 곧 싸구려라는 선진국 소비자들의 상식을 10여년 전 이미 깨뜨린 한국의 대표기업들이 이제 명품으로 도약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것.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12일 기존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를 넘어서는 '럭셔리유틸리티 차량(LUV)'을 표방한 베라크루즈로 세계 자동차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베라크루즈는 미국 등 세계 시장에서 렉서스 RX350과 BMW X5 등 세계 유수의 최고급 SUV와 경쟁하기 위해 내놓은 현대차의 야심작이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명차로 만들기 위해 현대차는 베라크루즈를 북미디자인연구소에서 극비리에 디자인 작업을 마쳤다.
디자인에 이처럼 공을 들인 것은 엔진 변속기 조향장치 등 자동차 기계 장치의 완벽한 성능만으로는 소비자들이 다소 비싼 값을 치르고서라도 구입하고 싶어하는 명품이 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는 혁신적인 디자인의 '보르도 TV'를 명품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삼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 일류급 TV를 만들고 있는 회사다.
세계 1등 상품의 격전지로 불리는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가의 고급 전자제품 매장에 진열된 TV 8대 중 7대가 삼성전자 제품이라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의 디지털 TV는 올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20.2%의 점유율을 기록,19.6%를 기록한 소니를 눌렀다.
LG전자는 고품격 명품 가전 브랜드로 '디오스'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LG전자의 최신 냉장고 '아트 디오스(Art DIOS)'는 '냉장고=흰색'이란 공식을 과감히 깨뜨렸다.
전면부에 유명화가의 그림을 새겨 넣어 '예술을 입은 냉장고'란 찬사를 받고 있다.
한편 만도 위니아는 김치냉장고 분야를 특화해 '딤채'를 이미 명품 반열에 올려놨다.
제일모직은 빈폴을 글로벌 명품 패션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인터내셔널 라인'을 만들었다.
밀라노 뉴욕 도쿄 등 세계 패션 중심지에 디자인센터를 두고 유행을 선도하는 디자인의 패션 상품을 발빠르게 내놓는다는 전략이다.
아모레퍼시픽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금언을 착실히 실천해나가고 있다.
한방화장품 '설화수'로 세계 여성들의 마음을 공략하고 있는 것.
○명품 선호 현상을 명품 산업 발전의 밑거름으로
국내에 명품을 선호하는 고객층이 넓어지고 있는 것도 명품 브랜드 탄생에 청신호라는 지적이 많다.
탄탄하게 형성된 고급 소비층이 명품 탄생의 밑거름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국 사회의 명품 선호 현상을 무조건 비판하는 목소리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루이비통,에르메스 등으로 대표되는 명품 브랜드가 세계 무대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한 시기는 지금부터 40여년 전인 1970년대다.
당시만 해도 많은 명품 제조 업체들은 회사라고 부르기도 어려울 정도로 극소수의 상류층만을 고객으로 상대하는 장인들에 불과했다.
에르메스는 1837년 승마를 즐기는 귀족들을 위해 마구와 안장을 만들면서 이름을 알렸고,루이비통은 나폴레옹 전쟁 중에 짐 가방을 만들어 팔았다.
즉 '나만의 명품'을 찾는 프랑스의 명품 애호가들이 없었다면 루이비통 에르메스와 같은 명품 브랜드가 나올 수 없었다는 얘기다.
'명품 마케팅'에 대한 국가의 장기적인 시각에서의 측면 지원도 중요하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명품 제조업체들이 그들의 연합체인 코미테 콜베르를 설립한 데 이어 미국에서 경영 및 마케팅 이론을 공부한 몇몇 젊은이들이 뛰어들면서 명품 시장은 산업화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프랑스 정부는 80여 명품 업체의 연합체인 코미테 콜베르에 대해 일체의 행정 규제를 하지 않고 철저히 자유를 보장해 주고 있다.
덕분에 코미테 콜베르는 프랑스제 명품 마케팅을 도울 목적으로 에섹(ESSEC)이라는 상경대학까지 설립했다.
과소비와 사치를 조장한다며 고가품에 특별소비세를 물리는 한국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
샤넬,마크 제이콥스,도나 카란,질 샌더 등 세계 패션계를 주름잡고 있는 명품 브랜드들의 가을·겨울 컬렉션이 서울에서 일제히 열렸던 것.참가 브랜드의 수나 열기에서 뉴욕이나 파리의 패션 주간을 방불케 했다.
한국에 그만큼 명품 브랜드의 단골 고객이 많다는 얘기다.
실제로 마크 제이콥스 패션쇼가 끝난 뒤 무대에 올랐던 의상 대부분이 관객들에게 즉석에서 팔려나갔다고 한다.
한 명품 브랜드 관계자는 "서울이 한 번에 수십억원씩을 들여 패션쇼를 열 수 있는 무대로 성장했다"며 "이는 한국이 명품 소비 대국으로 부상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2. 지난달 25일 프랑스 칸에서는 세계 면세품 박람회(TFWA 2006)가 열렸다.
선을 보인 상품들의 면면을 보면 말이 면세품이지 실상은 내로라하는 명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칸 영화제 개최장으로도 잘 알려진 '팔레 드 페스티벌'에는 샤넬 구치 불가리 베르사체 등의 쟁쟁한 세계 정상급 명품 브랜드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여기에 한국 토종기업으로는 처음으로 KT&G가 담배 '에쎄'와 '레종 제스트' 등 5개 브랜드를 앞세워 도전장을 냈다.
TFWA측이 엄선한 500개 기업 3000개의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전시회에 참가한 한 관계자는 "바꿔 말하면 한국이 세계 시장에 자신 있게 내놓을 만한 명품이 담배밖에 없다는 얘기 아니냐"고 자조섞인 한마디를 던졌다.
명품 소비에서만큼은 이미 큰 손이지만 명품 수출국의 대열에는 아직 끼지 못하는 한국.우리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는 위상에도 걸맞지 않다.
물론 우리에게도 삼성의 휴대전화나 현대의 자동차와 같은 세계 일류 상품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머지 제품들은 여전히 '명품'반열에 오르기엔 '2%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명품이란 감히 흉내낼 수 없고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 힘든, 그래서 소비자가 턱없이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갖고 싶도록 하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
○한국의 대표기업들,'명품' 향해 뛴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제일모직 아모레퍼시픽 등 각 업종별 간판 기업들이 한국산 '명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수출전선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는 곧 싸구려라는 선진국 소비자들의 상식을 10여년 전 이미 깨뜨린 한국의 대표기업들이 이제 명품으로 도약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것.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12일 기존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를 넘어서는 '럭셔리유틸리티 차량(LUV)'을 표방한 베라크루즈로 세계 자동차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베라크루즈는 미국 등 세계 시장에서 렉서스 RX350과 BMW X5 등 세계 유수의 최고급 SUV와 경쟁하기 위해 내놓은 현대차의 야심작이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명차로 만들기 위해 현대차는 베라크루즈를 북미디자인연구소에서 극비리에 디자인 작업을 마쳤다.
디자인에 이처럼 공을 들인 것은 엔진 변속기 조향장치 등 자동차 기계 장치의 완벽한 성능만으로는 소비자들이 다소 비싼 값을 치르고서라도 구입하고 싶어하는 명품이 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는 혁신적인 디자인의 '보르도 TV'를 명품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삼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 일류급 TV를 만들고 있는 회사다.
세계 1등 상품의 격전지로 불리는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가의 고급 전자제품 매장에 진열된 TV 8대 중 7대가 삼성전자 제품이라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의 디지털 TV는 올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20.2%의 점유율을 기록,19.6%를 기록한 소니를 눌렀다.
LG전자는 고품격 명품 가전 브랜드로 '디오스'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LG전자의 최신 냉장고 '아트 디오스(Art DIOS)'는 '냉장고=흰색'이란 공식을 과감히 깨뜨렸다.
전면부에 유명화가의 그림을 새겨 넣어 '예술을 입은 냉장고'란 찬사를 받고 있다.
한편 만도 위니아는 김치냉장고 분야를 특화해 '딤채'를 이미 명품 반열에 올려놨다.
제일모직은 빈폴을 글로벌 명품 패션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인터내셔널 라인'을 만들었다.
밀라노 뉴욕 도쿄 등 세계 패션 중심지에 디자인센터를 두고 유행을 선도하는 디자인의 패션 상품을 발빠르게 내놓는다는 전략이다.
아모레퍼시픽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금언을 착실히 실천해나가고 있다.
한방화장품 '설화수'로 세계 여성들의 마음을 공략하고 있는 것.
○명품 선호 현상을 명품 산업 발전의 밑거름으로
국내에 명품을 선호하는 고객층이 넓어지고 있는 것도 명품 브랜드 탄생에 청신호라는 지적이 많다.
탄탄하게 형성된 고급 소비층이 명품 탄생의 밑거름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국 사회의 명품 선호 현상을 무조건 비판하는 목소리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루이비통,에르메스 등으로 대표되는 명품 브랜드가 세계 무대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한 시기는 지금부터 40여년 전인 1970년대다.
당시만 해도 많은 명품 제조 업체들은 회사라고 부르기도 어려울 정도로 극소수의 상류층만을 고객으로 상대하는 장인들에 불과했다.
에르메스는 1837년 승마를 즐기는 귀족들을 위해 마구와 안장을 만들면서 이름을 알렸고,루이비통은 나폴레옹 전쟁 중에 짐 가방을 만들어 팔았다.
즉 '나만의 명품'을 찾는 프랑스의 명품 애호가들이 없었다면 루이비통 에르메스와 같은 명품 브랜드가 나올 수 없었다는 얘기다.
'명품 마케팅'에 대한 국가의 장기적인 시각에서의 측면 지원도 중요하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명품 제조업체들이 그들의 연합체인 코미테 콜베르를 설립한 데 이어 미국에서 경영 및 마케팅 이론을 공부한 몇몇 젊은이들이 뛰어들면서 명품 시장은 산업화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프랑스 정부는 80여 명품 업체의 연합체인 코미테 콜베르에 대해 일체의 행정 규제를 하지 않고 철저히 자유를 보장해 주고 있다.
덕분에 코미테 콜베르는 프랑스제 명품 마케팅을 도울 목적으로 에섹(ESSEC)이라는 상경대학까지 설립했다.
과소비와 사치를 조장한다며 고가품에 특별소비세를 물리는 한국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