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A(50)씨는 얼마 전 신한은행 모 영업점을 방문하고 내심 깜짝 놀랐다.

상담 직원이 "요즘도 등산을 계속하시나요? 자제분 대입준비는 잘되고 있나요?"라고 물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 직원은 A씨가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금융상품 하나를 권했다.

은행의 대(對) 고객 마케팅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먼저 말하지 않아도 고객 입맛에 맞는 금융상품을 알아서 척척 권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부족한 곳을 꼭 집어내 재무설계까지 도와주기 때문이다.

고객정보를 활용한 이른 바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 마케팅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당수 은행들은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고객관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CRM시스템은 고객의 정보를 기초로 고객을 세부적으로 분류해 각각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짜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신한은행은 올 1월부터 `미다스 시스템'을 적용, 나름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고객이 영업점을 방문했을 때 창구 직원의 모니터에는 고객의 주소, 직장, 자녀, 결혼유무, 나이, 생일, 연봉, 거래내역, 투자성향, 가입상품의 수익률과 같은 종합정보와 함께 이 고객이 선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융상품 정보가 뜬다.

이를 보고 직원은 해당 상품을 고객에게 권하게 되는 것.

이때 고객의 반응이 부정적이었다면 반응 정보를 입력한 뒤 차선의 상품을 권유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객 100명에게 주먹구구식으로 상품가입을 권할 경우 성공률이 불과 2% 미만이었지만 이 시스템을 적용한 이후 성공률이 17%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지난 9월 22일부터 한층 진화된 CRM 시스템을 적용 중이다.

하나은행은 금융상품 뿐 아니라 각종 음악, 공연, 스포츠 행사 등을 기획해 고객 성향에 맞춰 관리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 8월부터 거래 고객을 개인.최고경영자(CEO).기업 고객 등으로 세분화해 고객 특성에 맞춰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관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단 시간에 고객에게 맞는 상품을 권할 수 있어 고객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면서 "은행간 영업대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기존의 주먹구구식 영업형태에서 벗어나 선진 시스템을갖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